종로 귀금속 거리..손님 발길 뜸해 "거래 가뭄"
커지는 금값 변동성...소비자들 관망세에 금 거래 '실종'
[아시아경제 양한나 기자, 조은임 기자, 김은지 기자]“금값이 떨어졌다고 해도 사러 오는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아요. 세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못 합니다”
13일 오후 2시 종로 3가 귀금속 매장 밀집 지역. 이곳에서 예물 도매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58)씨는 이 같이 말하며 “경기 침체에 사러 오는 사람도 없고 금값이 떨어져서 팔러 오는 사람도 없으니 아예 거래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도매 매장의 경우 순금을 팔 경우 거의 남는 게 없다”고 힘든 사정을 털어놓았다.
이날 귀금속 매장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한가한 모습이었다. 큰 규모의 매장에만 몇몇 손님이 있을 뿐 골목 뒤편의 매장이나 규모가 작은 점포에는 드나드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올 들어 금값 폭락 사태로 귀금속 시장이 활기를 잃고 있다. 금값이 장기간 하락 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 변동성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값은 지난 12년 동안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자 지난 4월 약세에 진입했다. 이후 꾸준히 하락해 2분기에만 무려 20% 가까이 급락했다.
최근에는 금값의 소폭 상승도 있었다. 미국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 이후 양적완화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면서 반짝 상승한 것.
실제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순금 1돈(3.75g) 가격은 19만1000원으로 지난달 28일의 18만4000원에 비해 소폭 올랐다.
이처럼 금값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종로에서 10년 넘게 귀금속 판매를 해 온 이모(45)씨는 “금에 대한 문의는 하루에 10건 이상씩 오는데 막상 사러 오는 사람은 없다”며 “팔러 오는 사람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살 사람들도 떨어질 까봐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귀금속 매장 운영자 김모(55)씨는 “최근 금 가격 변동이 심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제품을 주문받은 날보다 찾아가는 날 금값이 오를 경우에는 돈 당 2~3만원씩 손해 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값이 갑자기 올라갈까봐 주문받는 것조차 겁이 난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 귀금속 매장도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사당동의 인근 음식점과 화장품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귀금속 매장은 한산했다. 기자가 방문한 10여분 동안 찾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사당동에서 귀금속 소매 체인업체를 운영하는 김모(36)씨는 “금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고객이 많이 찾아오거나 수익이 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금 시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도 일반 소비자는 금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금은방을 찾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금값이 현재 바닥을 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에는 금값이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쓰리엠 이사는 “일반 소비자들은 현재 금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피부로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금값이 추가적으로 하락할지 몰라 관망세를 취하고 있는 소비자도 많다”고 말했다.
양한나 기자 sweethan_na@
조은임 기자 goodnim@
김은지 기자 eu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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