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투자비율 유럽 하위권…낙후된 통신·교통시설 경제성장에 걸림돌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럽 주요 국가들이 경제위기로 고통 받고 있지만 독일은 상대적으로 견실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소용돌이 속에서도 독일은 탄탄한 경제력으로 유럽의 '소방수' 역할을 담당해온 것이다.
그러나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자국 경제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될지 의문이라며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이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독일 싱크탱크인 독일경제연구소(DIW)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4위 경제 대국인 자국이 철도·교통·통신 등 인프라 투자에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인프라 투자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이는 스웨덴(3.5%), 프랑스(3.1%), 영국(2.1%)은 물론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1.9%), 스페인(1.7%)보다 낮은 수준이다.
독일 교통부에 따르면 인구밀도가 높은 서부의 교량은 1970년대 지어진 것들이다. 100년 넘은 교량들 가운데 통행이 금지된 것도 많다. 서부 지역 주요 다리의 80%는 당장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만 42억유로(약 6조2450억원)가 투입돼야 한다. 도로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다. '자동차의 나라'로 불리는 독일의 고속도로 20%와 국도 40%는 당장 재정비해야 한다.
2006~2011년 독일 정부는 독일 전역의 고속도로와 철도 정비에 연간 40억유로를 썼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 수준을 유지하는 데만 연간 65억유로가 더 필요하다는 게 DIW의 분석이다.
통신시설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낙후한 인터넷망은 빠르게 증가하는 초고속 인터넷 수요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DIW는 독일의 인터넷 이용 환경이 리투아니아·불가리아 등과 함께 유럽 최하위라고 보고했다.
독일 정부는 내년까지 국민의 75%가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려면 낡은 케이블 수리와 광케이블 설치에만 800억유로가 들어가야 한다. 이를 예산으로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
과거 선진 교육의 대표 주자로 알려졌던 독일이지만 현재 교육 투자에 인색하다. 독일의 GDP 대비 교육 지출은 유럽연합(EU)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최하위권에 속한다.
독일은 세계 4위 경제 대국에 걸맞게 인프라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게 DIW의 판단이다. 독일이 앞으로 15년 동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평균만큼만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해도 1인당 GDP가 연간 1%포인트 증가할 것이라고 DIW는 분석했다.
슈피겔은 국가가 빚까지 져가며 무리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부 예산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더 많이 쓰여져야 한다는 뜻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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