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로 연료용 에탄올 1000ℓ를 만들 수 있다'는 제목의 논문을 투고했다가 무슨 뚱딴지같은 주장이냐는 핀잔도 받았지만, 평가자 셋 중 둘이 일리가 있다고 말해 게재된 적이 있다. 며칠 전 아파트 앞에 '강남구 1일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 300곘, 연간 처리비용 140억원! 6월2일부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전면 시행'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처럼 음식물 쓰레기는 처치 곤란한 폐기물이면서도 동시에 유용한 자원이 될 수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필자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군복무를 마치고 1970년 9월 말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박사논문으로 연구를 했던 분야는 당시에 막 시작됐던 '생의학 공학(biomedical engineering)'으로 우주인들의 무중력상태 생리반응을 연구하는 주제였으며, 해당 분야에서 혈액 응고 현상 중 생체재료에 대한 혈소판의 흡착과 응집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이후 1976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 부임했는데 미국에서 공부한 분야는 국내 실정과 맞지 않아 '고농도 세포배양'이라는 분야를 새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사실 고농도 세포배양 분야는 1970년대 후반부터 세계의 많은 생물화공학자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발전을 크게 이루진 못한 분야였다. 산업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과 생물학, 생물공학에 유전학과 관련된 새로운 분야도 생겨나면서 대부분 포기를 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어찌 보면 홀로 외롭게 30여년을 연구해 온 분야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오랜 연구 성과로 현재의 생물발효 생산공정인 '유가배양식(fed-batch)' 공정을 필자가 개발한 10배 이상의 생산성을 가진 다단계 연속 고농도 세포배양 공정(MSC-HCDC, Multi-stage continuous high cell density culture)으로 대체할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이것은 전자공학 분야의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 시대로 넘어가는 발명에 해당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본 연구에 의하면 기존 바이오연료의 값비싼 원료를 저렴한 음식물 쓰레기로 바꾸고, 열에 기반한 농축공정을 막을 이용하는 공정으로 대체할 수 있다. 또한 미생물 배양원료를 포도당에서 유기산으로 바꾸는 등의 개선을 통해 기존의 생산공정에 비해 20배가량의 생산성 제고가 가능하다. 이렇게 만든 바이오 디젤의 10ℓ당 가격은 7~7.3달러로 현재의 콩기름(10.4달러), 경유(9.3달러), 팜유(8.5달러)보다 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본 연구결과를 최근 중국 난징에서 열린 생물에너지 학회에서 발표했는데 의장을 맡았던 독일 화학기업 '랑세스'사의 인겔도흐 박사는 그간 바이오연료 연구의 상업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나의 강연을 듣고서는 "당신의 연구가 바이오연료의 상업화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분야의 학자로서 자리 잡는 데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시아 생물공학 연합체(AFOB)의 회장을 맡는 등 연구자로서 관련 분야의 리더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요인은 한 연구 분야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약 320편의 논문을 썼고, 6월 말 기준으로 인용 횟수가 9159회가 돼 화학공학 분야에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 그간 연구의 소소한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그러한 수치보다도 연구를 하다가 오래도록 안 풀리던 문제가 풀리면 엔도르핀이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연구로 상당한 규모의 시험공장이 완성되고 생산된 바이오 디젤로 자동차가 운행되는 것을 보면 더욱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장호남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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