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중국 서부시대 개막
정몽구·이재용 등 역할론 주목…최태원·김승연 회장 공백 아쉬워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서부 대개발 사업에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내 재계 총수들의 '관시(關係) 경영'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터운 인맥을 형성,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반면 최태원 SK 회장 등은 중국내에서도 아쉬워할 정도로 부재로 인한 사업 공백이 크다.
국내 재계에서 중국 서부지역 출신과 가장 두터운 인맥을 쌓고 있는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꼽힌다.
박 대통령 방중기간 중 시안에 짓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을 안내한 이 부회장은 이 지역 출신인 시진핑 주석과 2005년부터 인연을 쌓아왔다. 당시 시진핑 당서기가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을 방문하면서 시작된 이 부회장과의 인연은 이후에도 지속됐고, 두 사람은 중국 사업에 대한 장기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워졌다.
정몽구 회장은 서부지역에 공장건설을 검토하면서 이 지역 고위 관료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정치국 위원에 선임된 쑨정차이 충칭시 당서기는 정 회장의 중국 내 유력 인맥 중 한 명이다. 지린성 당서기였던 작년 6월 한국을 방문해 정 회장과 만남을 가진 쑨정차이 위원은 베이징현대 공장이 들어서 있는 베이징시 쑨이구위 당서기를 지낸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인연을 맺은 시기는 2005년 7월이다.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현 유엔사무총장) 초청으로 서울에서 저장성 투자설명회를 가질 때 시진핑 주석은 저장성 당서기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기업인들과 면담 시 최 회장과의 첫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최 회장은 시진핑 주석을 별도로 초청 SK서린동 빌딩에서 SK그룹과 저장성 간의 상호 관계 증진과 지속적인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같은 최 회장의 중국 지도부와의 인맥 쌓기 노력은 중국 최대 석유회사 시노펙과의 부탄디올ㆍ에틸렌 부문 사업협력으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의 지난달 중국 방문 기간 중 우한프로젝트 협약식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왕티엔푸 시노펙 총경리는 "오늘 이 자리는 최 회장의 진심어린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며 "최 회장이 이 자리에 왔어야 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전하며 최 회장을 치켜세웠다.
SK의 경우 총수 부재에도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한화는 중국과의 네트워크 수준이 상당히 약화된 상태다.
1990년대 초반 중국 진출을 통해 글로벌 교역 역량을 확대해 온 한화는 2011년 6월 중국사업 총괄 법인인 한화차이나를 출범, 제 2의 도약을 선언했다. 한화의 중국 사업 포트폴리오는 철강, 원유, 석유화학 등으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최근 김승연 회장의 구속으로 추가적인 사업 협력 논의가 탄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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