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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淸思]공정위 없는 경제민주화

시계아이콘01분 11초 소요

[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 주인공은 '졸라' 뭔가를 추구하며 갈등과 반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시나리오계의 거장 심산의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졸라' 추구하는 것은 '사랑' '복수' '돈' '정의' '명예' 등이다. 관객들은 주인공이 '졸라' 추구하는 걸 알고 주인공과 하나가 된다.


영화속의 주인공은 '센 놈'하고 붙는다. 헐리우드 액션 '다이하드'의 존 맥클라인(브루스 윌리스)은 소외된 흑인이나 해커를 파트너로 삼아 천신만고 끝에 테러리스트를 처단한다.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주인공을 응원한다.

'경제민주화'라는 영화를 보면 그런데 김이 빠지고 재미가 없다. 관객들이 주인공과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경제민주화 주역을 자처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총수일가가 기업이익을 사적으로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재벌전담조직도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재벌개혁을 "졸라'하겠다는 내용이다.


영화처럼 공정위는 역풍에 맞는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빌미로 조직확대를 시도하는 잘못된 일을 공정위가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인공이 정의의 사도인척 하면서 사익을 취한다고 공격했다. 이럴때면 보통 시민단체, 중소기업, 을, 여론, 야당이 공정위 편을 들곤 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야당도 일감몰아주기를 공정거래법 3조가 아닌 5조로 규제하는데 동의했다. 3조는 재벌규제조항이고 5조는 시장규제조항이다. 3조에 넣으면 재벌규제 전담조직을 만들 명분이 강화되고 5조는 약화된다.

편이 분명하게 갈려 '기다' '아니다'하며 갈등이 고조돼야 극적 흥미가 고조된다. 그런데 공정위의 친구들이 맥클레인의 친구와는 다른 길을 가며 슬며시 등을 돌리고 있다. 이유는 오버랩되면서 사라진(페이드아웃) 앞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공정위는 업무보고 이후 경제민주화정책과 관련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갈짓자 걸음을 걸었다. 남양유업사태로 을들의 반란이 나자 다룰 마땅한 법이 없어 어쩔수 없다고 했다.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하자 이번에는 과잉입법이라고 했다.


노대래 위원장은 을만 보면 안되고 갑을이 상생해야 한다고 정치적 각을 세웠다. 경제부총리가 경제민주화 과잉입법을 지적하는 자리에 배석해 힘을 보탰다. 재벌문제를 법이 아닌 시장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는 부총리의 의견에 조용히 따랐다. 때문에 재벌규제조항인 3조가 아닌 시장규제 조항인 5조로 가도 할 말이 없게 된 셈이다. 이쯤 되면 관객은 보통 머리가 좋지 않으면 공정위가 '졸라' 추구하는 게 뭔지 알기 힘들다.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이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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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지금처럼 해서는 경제민주화의 주인공이라는 기다리는(待) 미래(來)는 없어(NO) 보인다. 분발을 촉구한다. 호랑이처럼 날카롭게 보고 소처럼 우직하게 걷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제대로 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길 부탁한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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