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재개·신뢰프로세스에 악영향...'큰 파장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국가정보원의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가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우리나라 내부의 정쟁 끝에 남북 간 비밀 문서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다만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어느 정도일 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많은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록 공개가 한반도 정세 변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고위 회담에서 오간 발언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행위로 인해 신뢰가 훼손된 만큼 향후 남북 당국 간 회담 재개와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최고 존엄'으로 여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한 사안인데 그냥 넘어가겠느냐. 게다가 평소 갈등을 빚어온 박근혜 정부에 대해 공격할 거리가 생긴 것"이라며 "북한이 조만간 국방위원회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남한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발표한 뒤 또 다시 한동안 남북 경색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해 신뢰가 쌓이면 남북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평화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가 먼저 신뢰를 저버린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주변국 등과의 외교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제사회에 '국내의 정치적 이유로 언제라도 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면서 "국가신인도가 하락함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들이 우리나라와의 회담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교수는 "당장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이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언제 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될 지 모르니 중국측이 심리적 위축감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북한도 우리와의 협상 내용을 수 차례 일방적으로 공개한 바 있고 현재 남북관계가 이미 경색 국면이기 때문에 사태가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풀이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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