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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이지엽의 '매생이 여자'

시계아이콘00분 31초 소요

아무리 속 끓여도 태연자약하더니만
무슨 기차 화통 통째로 삶아 드셨나
입천장 홀랑 더 벗기는
속 뜨거운 저 여자


더는 부드럽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
누에실보다 가늘고 진득한 거웃이여
엉켜서 결코 풀 수가 없다
남도 북도
실은 한 구멍
알로에 디코토마


이지엽의 '매생이 여자'



■ 쉬워 보이는가. 매생이의 기질에 은유를 입힌 줄 알았더니, 거기서 살짝 움직여 크게 걸어 나간다. 매생이가 여자인 까닭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속이 뜨거운 점 때문이다. 게다가 한없이 부드러운 거웃으로, 구멍으로 이어지면서 매생이는 섹시해졌다. 속살로 들어온 손처럼 응큼해질 뻔했던 시를, 허리 뒤틀어 상승시킨 건 알로에 디코토마다. 부시먼의 고향인 칼라하리 사막에 산다는 그 아름다운 알로에. 디코토마는 '두 줄기로 갈라진다'는 의미로, 남녘 북녘으로 갈린 분단을 상기시키는 말이다. 매생이는 이 땅의 모성(母性)이며 뜨거움과 부드러움과 진득함을 지닌 겨레의 기질 같은 것이다. 후루룩 매생이국 한 그릇 들이마셔 보라. 입속에 고이는 은근한 그 맛. 한 구멍에서 태어난 겨레붙이의 혀끝은 다 그 맛에 녹는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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