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도 장사가 안돼 힘들다고 한다.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대형 마트든 전통시장이든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8분기째 0%대인데, 그나마 갤럭시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이 이끄니 다른 업종과 기업에선 실감이 나지 않을 수밖에.
1ㆍ4분기 성장률이 0.8%였는데 2ㆍ4분기도 잘해야 그 수준이란다. 4ㆍ1 부동산 대책, 5ㆍ1 투자활성화 대책에 추경예산까지 편성했는데도 효과가 별로다. 바닥을 기는 성장률도 상당 부분 전기전자 산업 덕분이다. 전통적으로 강했던 철강ㆍ조선 업종까지 어려워지면서 그전보다 많이 팔고 큰 이익을 내는 분야는 스마트폰, 관련 기업으론 삼성전자가 독보적이다. 스마트폰이 기여한 몫을 빼면 빈약한 성장률은 더 오그라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차군단'이 경제를 이끌었다. 삼성전자가 대표주자인 전기전자 산업, 현대자동차가 맏형인 자동차 산업이 쌍두마차였다. 그런데 자동차는 지난해 말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일본이 밀어붙인 엔저 드라이브로 일본차에 밀리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1ㆍ4분기 영업이익이 37% 급감했다.
현대차의 급제동으로 삼성전자의 비중은 더 커졌다. 삼성전자의 1ㆍ4분기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은 주요 상장사 영업이익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코스피지수는 시가총액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에 따라 울고 웃는다. 연간 교역 규모 1조달러도 2011년 100조원을 넘어선 삼성전자 수출액을 빼곤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가 스마트폰 몫이니 2013년 한국 경제는 사실상 '스마트폰 경제'인 셈이다.
특정 산업, 특정 기업에 치우친 나라 경제의 성장은 쏠림의 정도만큼 리스크도 크다. 삼성전자 없는 한국 경제가 앙꼬 없는 찐빵이듯 스마트폰 사업이 빠진 삼성전자는 바람 빠진 자전거다. 스마트폰의 원조인 아이폰의 애플을 누르며 난공불락의 성을 쌓는 듯했던 삼성전자가 수요 둔화와 단가 하락의 복병을 만났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지나치게 빨리 크게 높아질 때부터 예견돼 온 리스크 부메랑이다.
2011년 443달러였던 평균 판매가격이 올 1ㆍ4분기 30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중국ㆍ인도 시장에 중저가폰 보급이 확산되고 선진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산업의 성장성 한계와 삼성전자의 혁신성 부족을 지적한 외국계 증권사와 국제 신용평가사의 보고서에 삼성전자 주가가 요동쳤다. 미국이 돈 풀기를 중단할 뜻을 밝히자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삼성전자 주가도 급락했다.
ZTEㆍ화웨이ㆍ레노버 등 중국 3대 전자 메이커의 추격도 무섭다. 특히 화웨이는 지난주 애플 및 삼성전자보다 얇은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15년 동안 세계 1위 휴대폰 업체로 군림해 온 핀란드 노키아를 인수할 뜻을 밝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여기저기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향해 울려 대는 경고음은 곧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불길한 사이렌이다.
특정 산업, 특정 기업에 한국 경제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방법은 스마트폰 이외 여러 분야에서 갤럭시만 한 제품을 만들고 삼성을 능가하는 기업을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정치와 관치(官治)가 발목을 잡는다. 새 정치를 외쳐 대던 정치권은 국정원 선거 개입과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 등 지난해 대선 정국으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재무관료 출신 '모피아'의 금융계 점령은 과거 정권을 뺨치고, 불량 부품을 눈감아 준 '원전 마피아'의 담합으로 수출품을 만들어야 할 공장설비 가동이 위태롭다. 박근혜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 그릇된 정치와 관치를 추방해 민간의 창의력과 혁신 능력을 살리는 데서 찾아야 한다.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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