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뒤흔들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해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꺼내든 이후 해외 자본이 일본 기업들로 몰려들면서 일본의 상장기업을 소유한 외국인들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탓이다.
타임스는 철도회사부터 프로야구 구단까지 보유한 일본의 대기업 세이부 홀딩스를 외국 자본에 의해 흔들리는 일본 기업으로 꼽았다. 세이부는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에게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06년 세이부에 자금수혈을 한 서버러스는 현재 세이부의 최대주주다. 서버러스는 지난 3월 적대적 공개매수을 선언한 이후 세이부의 지분을 32.4%에서 35.5%까지 늘렸다. 지분의 3분의1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주식발생이나 합병을 막을 수 있는 의결권을 얻은 것이다.
세이부는 설상가상 최근 원산지 허위표시 스캔들까지 휘말렸다. 여러개의 레스토랑에서 저렴한 음식을 프리미엄 제품으로 속여 판 것이다. 프랑스 푸아그라의 원산지는 헝가리였고, 최고급 와규 쇠고기는 칠레산이었다. 이같은 스캔들로 도쿄에서만 1만7600건의 식사가 환불됐다.
이는 서버러스 입장에선 나쁘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세이부를 도쿄 주식시장에 재상장 시키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버러스는 오는 25일 연례주총을 앞두고 우호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버러스는 이번 주총에서 목표 실적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와 하와이에서 큰 손실 등 문제 등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서버러스의 수석 전무이사인 루 포스터는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의 주총시즌이 앞두고 세이부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타임스는 전했다. 지난 6개월간 외국 자본이 일본 기업들로 몰려오면서 외국인의 일본기업 소유는 사상 최고 수준까지 늘었다. 도쿄 증권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일본 기업의 지분은 전통적인 채권단인 일본의 은행과 보험사가 갖고 있는 28%에 육박했다. 이들 비안정적인 주주들의 관심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일본 기업들이 사내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일본 기업들이 이사회에서 반드시 사외이사를 지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을께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지연진 기자 gy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