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을 중단시켰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능력과 전문성 중심의 인사 원칙이 무색할 만큼 새 기관장들이 잇따라 특정 부처 출신으로 채워지는 등 '낙하산 인사' '관치 인사' 논란이 일자 제동을 건 것이다. 자리에 걸맞은 적임자를 찾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낙하산 인사, 관치 인사의 병폐는 누구나 인정한다. 박 대통령도 그 폐해를 없애려 "낙하산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최근의 잇단 금융기관장 인사는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의 전형으로 꼽힌다. 이달에 선임된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이 모두 '모피아(기획재정부 전신인 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다. 현 금융공공기관장의 68%가 모피아라고 한다.
다른 부처도 사정은 같다.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국토부 출신이다. 코레일,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기관장에도 관료 출신 이름이 오르내린다. '대선 공신'이나 친박(親박근혜)계 정치인의 낙점설도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청와대 대변인이 전 여당 국회의원의 한국거래소 이사장 내정설을 사실무근이라 부인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이번 청와대 조치에서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바뀌는 조짐도 읽힌다. 박 대통령은 최근 노사정위원장에 노무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교수를 임명했다. 국민대통합위원회에도 호남 출신 7명에 민주화 인사, 종교인, 장애인 등 각계각층의 인물을 두루 기용했다. '수첩'을 닫고 지역과 진영, 내 편과 네 편을 떠나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한 탕평 인사의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은 남아 있다. 청와대가 국정철학의 공유를 내세워 또 다른 낙하산이나 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이다. 관치도 막아야 하지만 '청와대 의중'도 없어져야 한다. 공공기관장 추천위원회의 실질적인 자율성을 보장해 될 사람이 되는 시스템 인사를 정착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일부 에서 인사 지연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인선을 너무 끌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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