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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갑을관계]甲질 생태계 만든 法부터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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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10곳 중 4곳 불공정 거래 경험
-형사적 제재 등 법적 장치 마련돼야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이현주 기자]경기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1년 넘게 적자인데도, 가게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가맹본부에서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폐점수수료료와 위약금 명목으로 4000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해 "입지가 좋다"며 순수입이 매달 300만원 이상 된다는 본사의 말에 부푼 꿈을 안고 편의점을 개업했다. 편의점 운영 수입은 한달 350만원 정도. 인건비와 임차료, 전기료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장사가 안돼 연중무휴 24시간 운영을 안하겠다고 하자 본사에서는 "방침을 어기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김씨는 반품도 못하는 행사상품까지 떠안았다. 그는 "수억원을 투자해 죽어라 일했지만 빚만 쌓이고 있다"면서 "그만두고 싶어도 위약금 때문에 문을 열고 있다"고 토로했다. '갑'의 지위를 남용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횡포 탓에 '을'인 가맹점들이 눈물 흘리는 단면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6일∼23일 전국 편의점 가맹점 300곳을 대상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불공정거래행위 실태조사'를 한 결과 편의점 가맹점의 39.3%가 본부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경험했다. 필요 이상의 상품구매 또는 판매목표 강제가 52.5%로 가장 많았다. 24시간 심야영업 강요(46.6%), 상품공급ㆍ영업지원 중단(44.9%), 영업지역 미보호(39.8%), 과도한 위약금 및 폐점거부(37.3%) 등이었다.


이 가운데 가맹점의 67.8%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묵인'한 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경우는 5.1% 불과하다. '갑'의 횡포에 시름하지만 불이익을 당할까봐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제과제빵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3년 가맹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본사에서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역세권에 근접해있어 장사가 날로 번창해 매출이 급격히 오르던 터라 김씨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김씨는 본사에 이유를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김 씨는 "다른 경로로 알아보니 매장 매출이 오르자 본사 임원이 친척에게 매장을 운영토록 하기 위해 재계약 체결을 안했던 것"이라며 "임원의 개인적인 사리사욕으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았다"고 하소연했다.


남양사태로 '갑을(甲乙)관계'가 재조명된지 한달이 지났지만 약자인 '을'들은 여전히 시름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을'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력자를 자처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갑'과 '을'의 관계는 계약서 상 표현이지만 통상적으로 주종의 관계를 의미한다. 오랫동안 갑을 구조 아래 있다보니 갑은 일방적인 소통으로 자사의 이익만을 챙겼고 을은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불균형을 당연시하며 따랐다.


대리점주에 대한 막말과 밀어내기 영업으로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 사태도 마찬가지다. 대리점의 전산발주 마감 후 본사는 임의적으로 데이터를 수정했다.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포함해 발주량보더 2배이상의 제품을 배송했다. 유통기한 임박한 상품을 강제로 보내 대리점에 폐기비용을 전가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명절때마다 일명 떡값 명목으로 현금을 갈취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김병렬 남양유업 전국대리점협의회 사무총장은 "안팔리는 제품이나 신제품을 함께 강요하는 등의 밀어내기는 10년 전부터 있었던 관행"이라며 "빙그레와 서울우유 등도 마찬가지인데 이번 사태로 남양유업이 총대를 멘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모든 대기업이 고개를 숙인 상태지만 법적인 장치가 없으면 또다시 갑을관계는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권력을 가진 강자가 횡포를 부리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황치오 공정거래전문 변호사는 "가맹사업 대리점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형사적 제재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서 "검찰과 경찰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인원이 부족해 사건이 적체되는 것을 보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법 위반에 대한 패널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도 갑을관계를 개선하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혜선 기자 lhsro@
이현주 기자 ecolh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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