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17일 최근 금융지주사 인사에 대한 금융당국 수장들의 '관치(官治) 금융' 발언에 대해 맹공을 가했다. 특히 최근 관료 출신을 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 내정하거나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에게 퇴진을 요구한 것에 대한 질타가 집중됐다.
정무위 소속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기관 총 26곳의 최고경영자 중 절반 이상이 모피아로 채워졌고, 박근혜정부 들어서만 금융지주사 등 5곳에 모피아들이 포진됐다"며 "창조경제를 하는데 관치금융으로 시작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고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민주화 이후 정보화 시대를 사는데 과거 산업화 시대의 인사와 관행이 판치는 상황에서 창조경제가 이룩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향해 "모피아 출신에 대해 부정적이던 분이 최근 '관료도 민간금융사 CEO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입장이 바뀐 것이냐"고 질의했다.
모피아(Mofia)란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무부 (MOF, Ministry of Finance : 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재무부 출신의 인사들이 정계, 금융계 등을 장악해 형성한 집단을 뜻한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입장이 바뀐 게 아니라 출신 성분에 따라 선입견을 가질 필요 없다는 일반론적인 말이었다"며 "(인사는)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에 대해서도 비난이 이어졌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해 '베스트 뱅커상'을 줬던 이장호 회장에게 이번에는 장기집권을 이유로 개인에게 사퇴를 통보했다"며 "(경남은행을) 대구은행이 가져가면 부산 민심이 폭발할 것이고 반대로 합리적 심사를 한 결과 부산은행에서 가져간다면 대구에서 뭐라고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도 "금융위원장이 인사 곳곳에 개입한 흔적이 많다"며 "역대 금융위원장이 인사에 관해 개입하거나 발언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주문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정부가 나서서 민간 금융기관 수장이나 자르고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느냐"며 "정치권 배후가 누구냐"고 따졌다. 조 의원은 이어 "앞으로 금융기관 인사에 모피아, 관치금융 문제가 계속 나올 텐데 국민에게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은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관치 금융의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문성 등을 감안해서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더 잘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배후는 없지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담당 부원장이 업무 과정에서 신중치 못한 점은 있었다"고 사과했다.
한편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양적완화 축소로 국제금리가 급등할 경우 서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하자 신 위원장은 "양적완화가 방향을 전환하면 외화자금 사정에 먼저 영향 줄 것이므로 외화자금시장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야 의원들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선 공정위가 가맹점 본사의 우월적 지위남용 등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노 위원장은 "불공정거래, 경제약자의 경쟁역량 강화, 카르텔 근절, 소비자보호 등 4가지 업무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한 뒤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추구와 중소기업 분야 침투 문제에 대해선 현행 부당 내부거래 금지규정 강화와 함께 그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행위 등은 공정거래법 제3장에 별도규제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입법 협조를 요청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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