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현장에서 답을 찾다
3D스크린 골프로 시장 창출
작년 매출액 400억원으로 급성장
총리, 헬스바이크 타며 "이게 창조경제"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골프가 취미인 A씨는 주말마다 집 근처 '스크린 골프장'을 찾는다. 3차원 영상으로 골프장이 펼쳐져 실제 그린 위에서 운동하는 느낌이 난다. 주말 오후에는 가족들과 '관광지'에 간다. 길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은 필수다. 10년 전만해도 길 찾는 데 어려움을 겪던 '길치'인 그는 이제 길 잃을 걱정이 없다. 평일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해 생소한 골목길 음식점을 찾을 때도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통해 손쉽게 찾아가곤 한다.
A씨의 생활 깊숙이 자리한 '스크린 골프'와 '내비게이션'에는 공통점이 있다. '공간정보'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가 바로 '중앙항업'이다.
◆정홍원 총리도 찾은 "창조경제 선봉장"= 중앙항업은 직원이 198명에 지나지 않는 중소기업이지만 '공간정보'를 통한 '창조경제'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정홍원 국무총리가 중앙항업을 방문한 이유다.
당시 정 총리는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40~50명의 중앙항업 직원들을 본 뒤 "컴퓨터 앞에서 게임만 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가공, 생산한 뒤 아무리 써도 고갈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공간정보"라며 "이것이 창조경제와 맞고 IT와 연계하기에도 딱 맞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도영상을 보면서 운동을 즐기는 헬스바이크를 직접 체험해보기도 했다. 그는 "헬스바이크를 타면서 그냥 타는 게 아니라 게임도 할 수 있어 재미있다"며 "일반 자전거 기계에 공간정보산업을 접목하니 파급상품이 나오고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이후 운전면허증을 따고 도로 연수를 받을 때도 이런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도 했다. 정 총리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운전에 미숙한 사람이 실제 도로가 아닌 가상도로에서 미리 연수를 받게 하면 인명피해를 줄이고 새로운 시장도 창출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국토교토부에도 관련 사항을 검토해보라"는 말을 했다.
정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생각하는 바와 같은 창조경제의 선봉장은 공간정보산업"이라고 강조했다.
◆2D에서 3D로…새 시장 창출한 '중앙항업'= 중앙항업이 공간정보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이었다. 1971년 설립된 중앙항업의 모체는 1966년 설립된 중앙지도문화사로 지도 책자를 만들던 회사였다. 그러다 컴퓨터가 발달하고 종이매체에서 전자매체로 환경이 변화하면서 중앙항업은 1995년부터 전자지도를 생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3차원 공간정보와 정밀 실내공간정보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측량 및 공간정보기술사 자격증 소유자로 관련 분야에서 17년간 실무능력을 쌓았다는 김상봉 중앙항업 이사는 "시장환경이 변하면서 3차원 지도를 만들고 이와 관련한 콘텐츠를 연구하면서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앙항업은 ▲국가기본도제작 및 지하시설물 측량 ▲3차원 공간정보 구축 및 실내공간정보 구축 ▲공간정보시스템 개발 및 컨설팅 ▲공간정보 오픈플랫폼 서비스사업 등을 수행한다. 항공레이저시스템과 저고도 항공경사영상시스템으로 3차원 지도를 만들고 국토교통부 오픈플랫폼 '브이월드'를 통해 독도를 실제처럼 볼 수 있는 영상지도 데이터를 제공했다. 건물이나 지하철역 내부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실내 측위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3D영상 스크린골프' 시장을 창출한 게 중앙항업의 대표적 성과다. 중앙항업은 골프존이라는 업체에 각종 골프장의 모습을 3차원으로 구현해 스크린골프장에서도 실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했다. 이 덕에 골프존은 꾸준히 성장하며 2007년 50명가량이던 직원수는 2012년 2만3500명으로 급증했다.
김상봉 중앙항업 이사는 "골프존의 일본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골프장 3D영상을 항공기로 스캔하며 준비 중이고 중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공간정보산업으로 새로운 시장 분야가 창출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그는 또 "2011년 전 세계 공간정보 시장은 158조원 규모였는데 2015년에는 452조원이 될 것"이라며 "5년간 4만6000여명의 질 좋은 신규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생활에서 접하는 무한한 공간정보기술= 중앙항업의 공간정보기술은 이 외에도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포털의 '거리뷰' 서비스와 내비게이션의 항공사진을 통한 길안내서비스 등이다. 또 중앙항업은 '한국형 구글어스'인 공간정보 플랫폼 브이월드 주관사업자로 현재 10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오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각종 지자체와 농심, 부동산114 등 약 600여건의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성과들은 중앙항업의 매출ㆍ직원수 추이에 그대로 나타난다. 1994년 중앙항업의 매출은 80억원, 직원수는 80명이었다. 그러다 전자지도사업을 시작하고 이것이 국가 행정업무 전반에 사용되면서 2001년께에는 매출 250억원, 직원수 150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공간정보사업에 뛰어든 이후인 2012년 기준 중앙항업의 매출액은 약 400억원, 직원수는 198명으로 증가했다.
김 이사는 "10년 전만하더라도 휴대전화가 컴퓨터를 위협할 것이라고 누구도 상상을 못했는데 스마트폰이 탄생하고 앱기술이 더해져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개인이 앱을 개발해 고가에 팔기도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GPS는 공간정보와 결합되면서 누구나 쉽게 내비게이션을 만들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 SNS와 결합돼 위치정보 산업이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여기에 공간정보 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답이 있다"고 했다.
김 이사는 또 "공간정보와 빅데이터가 융합된다면 지금 생각지 못한 산업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로 블루오션 시장인 신산업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야 말로 창조경제이자 창조산업"이라고 주장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