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미국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의 북미 간 고위급 회담 제의에 대해 비핵화를 준수하겠다는 행동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며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항상 대화를 선호하며, 사실 북한과 공개적인 소통 라인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 간 외교 경로인 '뉴욕 채널'을 일컫는 것이다.
헤이든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다다를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협상을 원한다. 그러려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준수하는 것을 포함해 국제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다. 북한이 이런 의무를 준수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조처를 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의 기존 합의 이행이 대화 재개에 앞서 이행돼야한다는 것이어서 북한의 고위급 회담에 대한 사실상 거부로 해석된다.
데니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도 이날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 "대화는 실질적이어야 한다. 북한은 확산, 핵무기, 밀수,기타 문제를 포함해 의무를 준수한다는 점에 바탕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어제 북한이 한 그럴 듯한 말(nice words)보다 행동으로 그들을 판단할 것"이라면서 "분명한 점은 북한이 번지르르한 말로 전통적인 두 동맹국인 러시아와, 무엇보다도 중국의 지지를 받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피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 정부는 최근 남북이 합의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북핵 6자 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한 2005년 공동성명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행 약속이 전제돼야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편 한국과 미국, 일본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19일 워싱턴DC에서 회동한다.
미국 측 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초청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담에는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晉輔) 일본 아주대양주 국장이 참석한다.
한ㆍ미ㆍ일 3개국 6자 회담 수석대표의 만남은 6개월 만에, 그리고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국무부는 이번 회동과 관련해 "3국 대표는 북한과 관련한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의견을 교환할 것이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안보라는 3국의 공동목표를 위한 긴밀한 협력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워싱턴포스트(WP) 는 이번 제의가 북한이 지난 3∼4월 쏟아낸 미국 핵 공격 발언등 대미 위협을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라고 분석한 뒤 실제로 회담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대니얼 핑크스톤 국제위기그룹(ICG) 동북아 부국장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북한은 회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이 제안을 거절하면 북한은 서방을 비난하며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역설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을 밝혔다.
이 신문은 또 이번 제안이 북한이 국제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는 중국을 달래려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북한이 대미 회담을 제의하면서 핵개발 프로그램의 폐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점을 주목하며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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