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시장이 갈수록 더 불안해지고 있다. 어제 일본 주가가 6.4% 급락하고 엔ㆍ달러 환율이 2엔가량 하락해 94엔까지 떨어졌다. 필리핀은 6.8%, 태국은 3.8%, 홍콩은 2.2%, 상하이는 2.8%만큼 주가가 떨어졌다. 우리 코스피지수도 1.4% 하락해 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간밤 미국 주가는 나흘 만에 소폭 반등했지만 유럽 주가는 약세였다.
금융시장 불안정이 어제는 아시아권에 집중됐지만 사실 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이머징마켓의 주가가 동반 급락하고 있다. 연중 최고치 대비 주가 하락폭이 러시아와 브라질은 20%가 넘고 멕시코도 10% 이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기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일본 정부의 불확실한 정책 탓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돈풀기(양적완화) 정책을 끝내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FRB의 태도가 애매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법인세 감면 등 시장이 기대하는 과감한 부양 조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여 아베노믹스 전체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세계경제 회복세를 기대하며 이머징마켓에 유입됐던 국제 부동자금이 태도를 바꿔 철수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브라질에 이어 어제 인도네시아도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떠나는 외국 자본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고조되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불가피한 것이다. 아무리 기축통화국이라도 제로금리보다 더 공격적인 통화 살포 방식인 양적완화를 무한정 계속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자산 거품의 형태로 나타나는 부작용이 양적완화의 경기 자극 효과를 압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 아베노믹스에는 이런 양적완화의 문제점에 더해 국내총생산(GDP)의 240%에 이르는 국가부채 부담이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미국ㆍ일본ㆍ유럽이 출구전략에 대해 공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로 인해 선진국들의 무질서한 출구전략이 심각한 혼란을 부를 수도 있다.
아직은 이머징마켓 중에서 우리나라는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결코 안심해선 안 된다. 경제의 부실 요인을 서둘러 걷어 내어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긴급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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