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프랑스의 국운이 종말을 고하는 걸까.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프랑스의 정치ㆍ경제 분석기사에서 프랑스 국가 시스템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프랑스 국민들이 자기들 삶을 개선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아래 지난해 대통령으로 선출한 프랑수아 올랑드도 프랑스의 운명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되레 각료들의 잇단 추문과 부자세 도입, 동성결혼 허용 문제가 불거져 국론이 분열되고 프랑스를 위기에서 건져낼 근본적인 개혁에 나설 기반조차 만들어지지 못하는 형국이다.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은 의회와 지방정부까지 장악하고 있다. 야권의 반대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1년만에 뚝 떨어졌다.
프랑스는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이른다. 경제 전체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7%다. 프랑스 경제의 비효율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전체 고용 인력의 20%가 공공 부문에 몸 담고 있다는 것은 프랑스 경제가 기업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증거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볼 때 주당 35시간에 불과한 근로시간, 한 달 최고 6200유로(약 933만8500원)에 이르는 실업급여는 프랑스 국민들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갖지 못하도록 만들 뿐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정년 연장으로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춰 재정위기에서 벗어나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랑드 집권 이후 무산됐다.
그렇다고 프랑스 경제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당장 파탄날 상황은 아니다. 프랑스 국채 금리는 여전히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는 게 슈피겔의 진단이다.
최근 동성결혼 합법화 이후 보수진영의 불만도 확산되고 있다. 좌파 집권 이후 불안을 느낀 보수층이 동성결혼 합법화를 빌미로 세몰이에 나서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문제는 프랑스의 몰락이 유럽에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5대 경제 대국인 프랑스가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EU)을 이끌 버팀목이 돼야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다. 되레 양국 관계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프랑스 집권 사회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독선적인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필립 뢰슬러 독일 경제장관은 프랑스를 '유럽 최대의 문제아'라고 표현하는 등 양국 간 신경전이 거칠어지고 있다.
슈피겔은 올랑드 대통령에게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조언했다. 개혁을 더 미루다가는 프랑스 좌파 진영 전체가 큰 저항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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