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채시장에 투자한 미국의 인기 무츄얼 펀드들이 지난달 줄줄이 손실을 기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이같은 손실이 투자자들에게 금리상승에 따른 위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0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던 각국의 국채 금리는 지난 달 치솟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미국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이에 따라 채권펀드 수익률도 쪼그라들었다. 시장조사업체 리퍼(Lipper)에 따르면 10년만기 미만의 고수익 국채에 투자한 미국 채권펀드들은 평균 1.8%의 손실을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 복판이던 2008년 10월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를 운영하는 ‘채권왕’ 빌 그로스가 이끄는 핌코의 토탈리턴펀드의 경우 올해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핌코는 “거의 모든 자산시장 거품이 끼었다”면서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의 소유자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지난달 핌코의 토탈리턴펀드는 2.2%의 손실을 기록, 최악의 투자자로 꼽혔다. 미 국채 가격이 수익률 상승으로 헐값이 됐기 때문이다.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1일 1.6%로 시작해 31일 2.1%까지 올랐다.
앞서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지난달 초저금리 유지를 위해 고안된 국채매입 규모를 조만간 축소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미국 국채시장에 상당한 충격이 될 수 있는 발언이다. 30년간 지속된 국채 강세장에서 터닝포인트의 신호로 읽힐 수 있는 탓이다.
다만, 지난달 채권펀드로 자금 유입은 계속됐다. 투자자들은 올해 1~5월 1360억달러를 과세채권 뮤츄얼 펀드에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투자금 1450억달러 보다 다소 적은 규모지만, 2011년 규모 보다는 웃도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의 에릭 제이콥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 달 손실이 투자자들의 행동을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이는 투자자들을 긴장시킬 수 있는 만큼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이탈을 가속화시켜 더 큰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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