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독일 축구가 옛 명성을 되찾은 원동력은 다름 아닌 유소년 육성이다."
'독일 축구의 영웅' 프란츠 베켄바우어 바이에른 뮌헨 명예 회장이 3일 방한했다. 최근 독일 정부 '대십자 공로훈장'을 받게 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그는 정 회장을 독일 정부측에 적극 추천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베켄바우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정 회장과 함께 참석했다. 그는 "정 회장과는 오랜 친구 사이"라고 운을 띄운 뒤 "경제계는 물론 축구계에서도 독일과 유럽에 기여한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2006 독일월드컵 유치 당시에도 도움을 주는 등 한국과 독일 사이 우호 관계에 큰 역할을 했다"라며 "이번 훈장 수여도 그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바이에른 뮌헨에 대한 자부심도 밝혔다. 뮌헨은 2012-13시즌 자국리그,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독일축구협회(DFB)포칼컵 등을 모두 석권하며 분데스리가 클럽 최초의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베켄바우어 회장은 "독일 클럽 최초의 트레블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라며 "독일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갖췄고, 기술과 재능을 갖춘 새로운 유망주를 많이 배출하며 예전의 명성을 되찾았다"라고 설명했다.
독일 축구의 부활 비결로는 유소년 육성을 제시했다. 그는 "프랑스는 20여년전 유소년 축구를 통해 지단, 리자라주 등을 배출했다"라며 "독일도 이를 보고 2000년대 들어 유소년 선수 육성에 힘을 기울였다"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독일 클럽이 유소년 아카데미를 갖추도록 해 좋은 기량의 젊은 선수들이 다량 배출됐다"라며 "이는 클럽 뿐 아니라 대표팀 기량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 대표팀은 유망주와 베테랑의 조화가 좋고, 람, 슈바인슈타이거 등 젊음과 경험을 두루 갖춘 선수가 있기 때문에 내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 축구에 대한 인상도 밝혔다. 그는 "한국 축구는 외부의 조언이 필요 없을 만큼 훌륭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대표팀은 늘 월드컵 본선에 오르고 있고, 유럽 무대에서 뛰는 좋은 선수들도 많다"라며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한국을 분명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한국 선수들에 대해선 "기술이 좋고,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투지가 넘쳐 유럽 내에서도 정말 인기가 좋다"라며 "빅클럽들도 원할 만큼 완벽한 선수들"이라고 칭찬했다. 아울러 "우리도 프랑스의 유소년 아카데미를 보고 배웠다"라며 "한국에서 찾아준다면 우리의 노하우를 기꺼이 전수해주겠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베켄바우어 회장은 독일 축구계의 살아있는 전설. 1974 서독월드컵에선 선수로,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선 감독으로 각각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2006 독일월드컵 유치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명예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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