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결혼을 앞둔 직장인 강민영(28)씨는 올 초, 가을 웨딩 예약을 위해 강북의 웨딩홀 서너군데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찾는 족족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강씨가 원하는 9월, 10월은 이미 12시, 1시 등 황금시간대는 물론 저녁시간까지 예약이 꽉 찼기 때문. 결국 예식장이 없어서 결혼식을 11월로 미뤘다. 강씨는 "늦가을에도 어중간한 시간대를 빼고 예약이 다 찼다"고 말했다.
올해 웨딩이 가을에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는 쌍춘년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음력 24절기 중 '입춘'이 없는 무춘년에 해당되는데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운이 상서롭지 않은 무춘년의 기를 꺾기 위해서는 가을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는 속설을 믿는 예비부부들이 웨딩을 늦가을로 미룬다는 설명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의 경우 올 상반기보다 하반기 웨딩 예약률이 10~20% 가량 더 증가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에도 하반기 예약률은 소폭 더 늘었다. 노보텔 강남도 마찬가지.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의 세 달 예약 추이를 분석한 결과 웨딩 시간대 선호도가 높은 토요일 12시와 오후 3시, 일요일 12시 웨딩은 이미 예약이 대부분 찼고 예약 건수로 따졌을 때에도 전년대비 23% 정도 상승했다. 플라자호텔은 9월과 10월 예약이 이미 90% 완료된 상태다.
올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박혜신(27)씨는 "광화문에서 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웨딩홀을 찾았는데 이미 지난 2월에 11월 전 타임 웨딩이 모두 찼다고 했다"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하릴없이 남은 시간 중에서 골라야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유난히 가을철에 웨딩이 몰린 것은 올해가 무춘년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무춘년에 결혼하면 기운이 상서롭지 못하다는 속설이 있는데, 한국에서도 이를 믿는 일부 부모들이 무춘년의 기운이 수그러지는 하반기로 자녀의 결혼식을 미루려고 해 가을철에 웨딩이 몰린다는 것. 실제로 음력 설을 지내는 중화권에서는 미신을 강하게 믿는 탓에 올해 혼수 매출이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는 속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웨딩서비스를 제공하는 듀오와 가연 등 국내 결혼정보업체에 따르면 올해 웨딩패키지와 관련한 문의는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 없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듀오 관계자는 "최근 기독교에 다니는 분들도 많아지면서 전통적인 미신을 신봉하는 경우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춘년이란 음력설 이전에 입춘이 있어 그해에는 입춘이 없는 해를 일컫는 말로, 올해의 경우 음력 설이 2월 10일 있었지만 입춘은 이보다 앞선 2월 4일이었기 때문에 무춘년에 해당한다. 중국에서는 무춘년에 결혼하면 여성은 남편이 요절하고 자식도 낳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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