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벌 순환출자 구조 공개
예년보다 발표 범위 넓히며 전방위 압박 예고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및 소유지분도 분석결과'는 대기업 압박의 '예고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1일 기준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 등 총수일가가 가진 지분은 1.27%에 불과했다. 또 롯데는 최근 5년간 32개의 순환출자고리가 증가했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43개 가운데 27개 집단이 총 134개의 금융보험사를 소유하고 있다.
이 자료는 공정위가 해마다 발표해오던 내용이지만 올해는 그 강도나 범위가 예년에 비해 더 강했다. 순환출자고리 증감 내용이 새로 담겼고,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출자 현황도 추가됐다. 종합평가도 "상위 10대 집단의 총수 지분율이 최근 2년 연속 1% 미만을 기록했다"며 날을 세웠다.
공정위의 올해 업무보고 중 대기업 총수를 겨냥했던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을 염두에 두고 자료의 강도를 높인 셈이다. 특히 6월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될 예정이기 때문에 발표 시기 역시 작년에 비해 1달 가량 앞당겼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추가로 발표된 대기업 관련 자료가 많아 일정이 앞당겨 졌다"고 하면서 "6월 열릴 국회 일정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기업집단의 대기업 총수가 갖고 있는 내부지분은 0.99%에 불과했다. 전년도 0.94%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대기업 총수의 '소유-지배'구조에 괴리가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숫자다.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고리는 지난 2008년과 비교하면 5년새 69개 많은 124개로 늘었다. 5년간 순환출자고리가 가장 많이 증가한 대기업집단은 롯데다. 5년간 32개 순환출자고리가 늘었고, 총 갯수는 51개에 이른다. 뒤이어 동양이 14개로 많았고, 영풍도 5년간 8개의 순환출자고리가 증가했다. 공정위가 이 자료를 새롭게 공개한 것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의 통과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신영선 경쟁정책국장은 "합병 등 구조적인 과정에서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법상 규제를 피해나가거나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ㆍ강화하기 위해 편법적으로 순환출자 활용하는 경우도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출자현황도 나왔다. 역시 예년에 찾아 볼 수 없었던 내용으로 금산분리 강화를 위해 중감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추진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날 공정위의 발표 자료는 향후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근거자료를 배포한 셈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하면서도 내용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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