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140개 국정과제를 보완하여 확정했으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재원 확보 방안인 '공약가계부'는 매듭짓지 못했다. 정부가 마련한 공약가계부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이 포함된 것에 대해 새누리당이 반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는 총 135조1000억원으로 추산된 공약이행 재원을 세입 확대 50조7000억원과 세출 구조조정 84조4000억원으로 조달하기로 했고, 세출 쪽에서 도로와 철도 등 SOC 부문에서 가장 많은 12조원의 예산 감축을 단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근혜정부 임기 중에는 기존 시설의 개ㆍ보수나 기착공 사업의 남은 공정 진행이라면 몰라도 신규 SOC 시설 건설에는 재정 투입을 중단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건설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SOC 투자가 우선순위의 뒤로 밀리면 안 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와 별도로 새누리당은 SOC 투자가 대종인 지방공약 예산이 정부의 공약가계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공약가계부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견을 정부와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 이유로 경기회복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점도 거론됐지만, 실제는 지난 대선 때의 지방공약 불이행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고 한다.
물론 SOC 투자는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SOC 기반을 꾸준히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약을 지키려고 하는 태도가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 확대'라는 원칙이 부과하는 가용재원의 제약 아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국정과제를 추진하려면 우선순위 조정이 불가피하다. 지방 SOC 사업과 관련된 공약 중에는 불요불급하거나 낭비적인 것이 적지 않다.
새 정부 출범 후 100일도 안 된 시점에 여당이 선거에서의 유불리라는 정치공학적 기준을 국가재정 운영에 우선적인 잣대로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는 새 정부가 내세운 국가발전 대계와 국정운영 철학이 조기에 실종될 수밖에 없다. 이번 새누리당의 반발은 명분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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