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허용에 100개 업체 경쟁..과열 경쟁에 따른 잡음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인도가 약 10년 만에 은행 설립을 허용할 계획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에 은행 라이선스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큰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인도 은행 산업은 성장 가능성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고 이코노미스트가 꼬집었다.
인도는 은행 라이선스를 10개 정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계자들에 따르면 약 100개 업체가 경쟁에 뛰어들 정도로 과열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인도 출신인 비크람 판디트 전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도 현지 업체들과 손잡고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과열 경쟁이 펼쳐지는 이유는 마지막으로 라이선스를 취득했던 막대한 이익을 남겼기 때문이다. 인도가 마지막으로 은행업을 인가했던 2003~2004년, 당시 라이선스를 취득했던 2개 은행은 후원자들에 100억달러 가량 수익을 안겨줬다.
인도에는 196개 은행이 있지만 대다수가 국영이다. 예대 금리차가 높아 일단 은행업 인가가 받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은행 계좌를 보유한 인도인 비율은 35%에 불과하다. 곧 은행 예금을 갖고 있지 않은 인구가 6억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은행 산업이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는 은행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인도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4월에는 콜카타에서 인도의 독특한 예금 형태인 치트 펀드(chit fund)에서 사기 사건이 발생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수십 만의 인도 빈민들이 피해를 입었고 무려 12명이 자살했다.
특히 이번에는 금산 분리 문제가 갈등의 불씨가 될 소지가 크다.
RBI는 수십년간 대기업들이 은행업에 진출하는 것을 막았다. 릴라이언스, 타타, 마힌드라, 아디타 비를라 등 내로라하는 인도 기업들은 금융 회사를 갖고 있지만 이들 대기업의 금융 자회사는 은행업 인가를 받지 못해 예금을 유치하지 못 한다. 이 때문에 인도 주식시장에서 이들 대기업은 40%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전체 인도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미치지 못 한다.
RBI는 이번에도 2011년 은행업 인가에 대한 초안을 마련하면서 강한 규제를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 2월 최종안이 확정되면서 애초 RBI의 의도와 달리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이 은행 산업에 대거 진출, 대기업들이 은행 자회사를 금고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10개 인도 대형 기업은 은행이 보유한 자본의 98%에 해당하는 부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팔라니아판 치담바람 재무장관은 이번 은행 설립 인가는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RBI가 자유럽게 과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금융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라이선스를 따내기 위해 7500만달러가 필요하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또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야당 정치인으로부터 내년에 총선에서 자신들이 승리해 정권을 잡게 되면 이번에 라이선스를 따낸 이들이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라이선스를 따내기 위한 비리 행위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RBI의 수장이 바뀌는 것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 두부리 수바라오 RBI 총재의 임기는 오는 9월에 만료된다. RBI는 오는 7월1일까지 은행업 인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은행업 최종 인가는 빨라야 내년 초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심사 과정에서 RBI의 수장이 바뀌는 만큼 누가 새로운 RBI 총재가 되느냐도 누가 라이선스를 받아내느냐의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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