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춰 국정성과 강조하려던 계획 전면 재검토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애초 내일(29일)로 예정돼 있던 창조경제 비전선포식이 "보여주기 행사를 지양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열리지 않게 됐다. 청와대는 발표자료를 완성하고도 선포식이 아닌 적당한 발표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28일 청와대에 따르면 29일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진행될 예정이던 창조경제 비전선포식이 취소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포식 형식으로 발표하려 했지만 거창한 행사보다는 창조경제 실현을 잘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발표 방법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미래부를 포함해 중소기업청ㆍ국토부ㆍ환경부ㆍ교육부 등으로부터 6가지 전략, 24개 실천과제, 200개 세부과제를 이미 4월초 제출받아 지난 두 달간 정리해왔다. 이는 '범부처 창조경제 실행 종합계획'이란 이름으로 최근에 완성됐다. 계획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키우기 위한 규제 완화 방안, 제도 개선 방안, 글로벌 창조경제협의체 구성 방안 등이 망라돼 있다. 과학기술 연구ㆍ개발(R&D) 성과가 실생활에 적용되고 산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특히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창조경제가 구상단계에서 실행단계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청와대는 29일 열리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종합계획에 대한 마지막 세부 손질 작업을 가한다. 애초 이 회의에서 발표하는 방안도 고려됐으나 당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발표 형식을 고민하는 것은 자칫 정부 주도의 일방적 정책으로 비칠까 우려해서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선 관(官)보다는 민(民)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여론도 강하다. 박 대통령도 정부는 '멍석 깔기'만 해주면 되고 나머지는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을 수차례 피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간이 투자를 잘하고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과 규제 완화에 집중하는 계획인 만큼, 정부가 이끌어가는 식의 보여주기 행사는 필요 없지 않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현재로선 발표 방법이나 시기도 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창조경제 비전선포식은 6월 4일 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에 맞춰 새 정부의 핵심 국정성과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일종의 관례처럼 해오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출입기자 오찬 간담회로 대체하는 식의 '조용한 100일'을 지향하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면서 포장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청와대는 움직이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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