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연구회-정부, 원인 놓고 대립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자동차 업계의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급발진 관련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브레이크 진공배력장치의 오작동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는 가설일 뿐 검증이 되지 않았고 허점이 있다는 등의 반박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정부의 공개 재현실험에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자동차급발진 연구회는 지난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급발진 원인은 브레이크 진공배력장치로 인한 '압력서지(Pressure Surge)' 현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를 통계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급발진 사고는 진공배력장치 내부의 오작동으로 많은 양의 연료가 한꺼번에 공급되면서 출력이 급상승해 발생한다"며 "많은 양의 연료 유입은 이른바 '압력서지' 현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압력서지는 특정 부분 또는 구역에서 짧은 시간 안에 과도하게 압력이 최대치에 이르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현상으로 연료량을 조절하는 장치가 순간적으로 완전히 열려 다양의 연료가 엔진으로 유입, 차량의 출력이 순간적으로 급상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론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반론이 나왔다. 급발진 관련 조사를 맡고 있는 정부기관 교통안전공단의 권해붕 조사분석실장은 "김 교수의 주장은 가설에 불과할 뿐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단정했다.
권 실장은 "압력서지는 공진현상과 유사하고 공진은 작은 진폭 여러 개가 모이면서 힘이 커지는 것인데 이러한 힘들이 밸브를 열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자동차 어느 부품의 고유 진동수가 어떤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지칭하지 않아 과학적으로 이론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그런 공진을 일으키는 부품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디젤차 관련해서도 이론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권 실장은 "디젤차에서는 공기를 빼 쓰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김필수 교수의 이론대로라면 급발진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지만 현재 급발진 신고 내용 중 20% 이상이 디젤차량"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통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원은 급발진 관련 의혹이 난무하자 오는 6월 말 '급발진 공개 재현실험'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 실험에는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해온 전문가와 단체 등이 참여할 수 있다. 합동조사반, 자동차제작결함심사위원회, 언론계, 시민단체 등 16명으로 이뤄진 평가위원회도 구성됐다.
하지만 이번 공개 실험에는 김 교수가 참석할 가능성이 적어 신뢰도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김 교수는 "국토부에서 이 실험에 참여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재현하는 방법이 자동차급발진 연구회가 했던 것과 달라 참여하더라도 의미가 없을 듯하다"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참여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석창 국토부 자동차정책기획단장은 "김필수 교수가 6월 있을 급발진 공개 재현실험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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