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미숙에 책임 넘겼던 회사들 보세요"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원인을 알 수 없었던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브레이크 진공배력장치의 오작동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엔진으로 유입되는 연료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압력변화로 오작동을 일으켜 정상수준 보다 훨씬 많은 양의 연료가 유입돼 급발진이 발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는 27일 오전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자동차 급발진 원인과 대책을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긴급 발표회를 개최했다. 국토교통부가 내달 급발진 공개실험을 할 계획인 가운데 학계가 주도한 '자동차 급발진 연구회'가 먼저 자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진 셈이다. 민간 연구소로는 최초다.
자동차 급발진 신고는 최근 3년 동안 폭증했다. 지난 2003~2009년까지 80~160건에 불과하던 신고건수는 지난 2010년 408건을 넘어선 이후 2011년 313건, 2012년 8월까지 257건이 보고됐다. 조사건수 역시 지난 2009년까지 전무했지만 2010년 10건, 2011년 3건, 2012년 8월까지 4건을 기록했다.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를 통계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급발진 사고는 진공배력장치 내부의 오작동으로 많은 양의 연료가 한꺼번에 공급돼면서 출력이 급상승해 발생한다"며 "많은 양의 연료 유입은 이른다 '압력서지' 현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압력서지(pressure surge)는 특정 부분 또는 구역에서 짧은 시간내 과도하게 압력이 최대치에 이르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현상으로 연료량을 조절하는 장치가 순간적으로 완전히 열려 다양의 연료가 엔진으로 유입, 차량의 출력이 순간적으로 급상승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급발진 사고가 운전자의 실수도 일부 있지만 주요 원인은 자동차의 결함으로 결론 내렸다"며 "전체 급발진 사고 원인의 75%가 자동차 결함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진공 배력장치 오작동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전자식 진공펌프(EVP)를 탑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압력서지 현상으로 인한 많은 양의 연료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김 교수는 "자동차 급발진 원인은 수 십년 동안 닫혀있던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며"예상 원인이 앞으로 추후 확인될 경우 사회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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