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이 발족되기 전 한진해운 주식을 처분해 계열분리하거나 지주사에서 계속 보유하면서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안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최은영 회장의 입지가 결정된다. 계열분리시 한진해운은 독립 해운사로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나 계열사 편입시 최 회장의 입지는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23일 한국증권거래소에 신설 지주사인 한진칼 설립시 한진해운 주식을 한진칼로 편입할 계획안을 제출했다는 설에 대해 "현재 한진그룹의 주식 보유현황을 보고 했으며 "한진해운의 주식은 계속 보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한진해운 주식의 처분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조 회장은 한진칼을 지주사로 두고 대한항공, 한국공항, (주)한진, 정석기업 등 계열사들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시 관건은 한진해운에 대한 주식 정리 여부다. 현재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16.71%) 한국공항(10.7%) (주)한진(0.04%) 등을 통해 한진해운홀딩스(이하 한진해운)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지주사 전환시 한진해운의 주식을 처분하거나 아님 지주사에서 계속 가져가는 방안 중 한 가지를 택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한진칼은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비상장사 40% 이상) 보유하거나 1%도 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
조 회장이 한진칼에 한진해운 주식을 넘길 경우 한진해운은 한진칼의 계열사로 종속된다. 조 회장은 이를 통해 선대 회장과 같이 육·해·공 종합물류기업을 경영할 수 있게 된다. 계열분리에 따라 그룹 전체 매출액 하락으로 인한 재계 순위 하락을 막을 수 있다. 또 한진가의 명맥을 잇는다는 점에 있어서도 한진해운의 주식확보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의 계열사로 종속되면 최은영 회장의 한진해운 지배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의 선택에 따라 한진그룹의 일개 계열사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또 현행법상 10개 자회사의 주식을 100% 이상 확보해야 하기에 수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한진그룹 지주사 전환을 위해 쏟아야 한다. 현재 경기침체에 적자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진해운 입장에서 자금 마련도 요원한 상황이다.
현재 한진해운은 고 조중훈 회장의 뜻에 따라 고 조수호 회장의 별세 후 그의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한진그룹과 별개로 경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홀딩스를 설립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한진그룹과의 계열 분리 수순도 끝낸 상태다.
한진칼의 설립일은 올 8월께로 조 회장은 2년(2015년8월)간 한진해운의 향방을 지켜볼 시간을 확보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이 기간 동안 조 회장도 결단을 내려야할 것"이라면서도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놓을 때보다 가져갈 때 발생하는 이득이 더 많다"고 답했다. 이어 "계열사에 편입되고 한진해운의 경영은 독립적으로 할 수도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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