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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형저축펀드의 굴욕..'나 어떡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0초

운용중인 펀드 67개중 44개가 1억 미만
가입조건 까다롭고 장기투자 부담
운용사들 하반기 신규상품 출시도 없을 듯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금융투자업계가 재형저축펀드에서 사실상 손을 떼고 있다. 서민층 재산형성을 위해 지난 3월 의욕적으로 판매 및 운용에 들어갔지만 개설된 펀드 절반 이상이 1억원도 채 모집하지 못할 만큼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어서다. 몇몇 증권사가 재형저축펀드 관련 판촉 활동을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대부분 자산운용사들도 올 하반기 신규 상품 출시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2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7개 자산운용사가 개설한 재형저축펀드는 총 67개로 전체 운용규모는 223억원, 평균 3억3200만원에 불과했다. 개별 운용사의 재형저축펀드 실적을 들여다보면 더욱 초라해진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달 10일 개설한 '한국투자재형글로벌하이일드자' 펀드는 한 달여가 흐른 지금까지 설정액이 100만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재형'이 설정액 106억원으로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다수의 펀드가 '개점휴업' 상태다.

재형저축펀드 중 설정액이 1000만원 미만인 상품은 모두 19개로 전체의 28.4%에 이른다. 해당 펀드의 운용액을 모두 합친 금액도 6600만원 정도다. 설정액 1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펀드도 25개(37.3%)로 집계됐다. 이로써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펀드는 모두 44개로 전체의 65.7%를 차지했다.


이처럼 모집 성과가 극도로 부진한 것은 가입 조건에 따른 한계와 장기보유에 대한 부담이 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서민계층이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7년 이라는 기간을 묻어두는데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아무리 장기적인 시야를 갖고 간다고 하더라도 두달 정도가 지난 시점에 활성화가 안되면 앞으로도 재형저축펀드가 주목을 받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며 "출시 초반에는 정부 시책을 따라가기 위해 다른 업무를 못할 정도로 판매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권유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품 출시 열기도 완전히 식었다. 지난 3월 62개가 출시됐지만 4월에는 3개, 5월은 2개에 그쳤다. 모 자산운용사 상품전략팀장은 "1억원도 채 안되는 돈을 굴리자고 별도 상품을 계획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하반기에는 재형펀드를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운용실적이 지지부진한데 이어 수익률도 꺾였다. 이달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펀드는 24개에 달한다. 2%대 이상의 수익률을 보인 곳은 12개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재형저축펀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성 수익률이나 운용규모 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며 "안정적인 국채나 우량주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점점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인위적인 활성화 등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은경 금융감독원 상품심사팀 선임연구원은 "재형저축펀드의 가입조건 등을 당장 조정할 계획은 없으며 금융상품 중의 하나인만큼 소비자가 직접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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