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당 1억700만원 한국밸류 51억원 최대…전문가들 "예견됐던 일"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금융투자업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달 6일 출시된 재형저축펀드의 한달 성적표가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25개 운용사가 출시한 63개 재형저축펀드가 모집한 금액은 펀드당 1억7400여만원에 불과했다.
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일 기준 25개 운용사의 63개 재형저축펀드의 설정액은 총 109억49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운용사당 설정액은 평균 4억3800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밸류운용이 ‘한국밸류10년투자재형펀드’ 하나로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51억2400만원을 모집한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업계의 허탈감은 더욱 커진다.
운용사별로 살펴보면 10억원 이상을 모집한 운용사는 한국밸류 외에 미래에셋과 KB자산운용 등 모두 3곳에 그쳤다.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조차 한달간 모집액이 9억9000만원 수준으로 아직 1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펀드별로 살펴보면 성적은 더 초라해진다. 10억원을 넘는 펀드는 한국밸류의 재형펀드가 유일했고, 모집액이 1억원을 넘는 펀드도 전체 63개 중 14개 뿐이다. 심지어 모집금액이 100만원도 안 되는 재형저축펀드도 6개나 됐다.
재형저축 출시에 맞춰 대우증권이 지난달 11일 야심차게 출시한 재형저축 환매조건부채권(RP) 특판 상품의 부진도 재형저축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방증한다. 대우증권의 재형저축RP는 4%의 확정금리를 7년간 보장하는 상품이다. 최초 3년만 확정금리를 적용한 은행권의 재형저축예금보다 안정성면에서 더욱 우수하다. 역마진 우려가 있을 정도로 기대를 모으면서 대우증권도 판매계좌를 1만개로 제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출시 한달이 지난 현재 가입 계좌는 3000좌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재형저축상품 출시 전부터 어느정도 예견됐던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체 펀드의 절반 가량을 은행에서 판매하는데, 은행 입장에서 자사의 재형저축예금이 있는 상황에서 펀드판매에 주력할 이유가 없다”며 “재형저축펀드의 판매 부진은 이미 업계에서도 예상됐던 일”이라고 푸념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증권사 고객의 평균소득이 통상 은행보다 높고, 상대적으로 연봉 5000만원 미만의 고객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재형저축이 연봉 5000만원 미만으로 가입제한을 두고 있다는 것도 펀드 판매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재형저축펀드의 수수료를 일반펀드보다 크게 낮추도록 유도해 업계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진 것도 판매 부진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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