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백령도 남쪽 근해에서 이틀 사이 10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제 규모 4.9의 지진이 일어난 데 이어 어제까지 규모 2.1~3.9의 여진이 9차례나 계속됐다. 규모 4.9는 1978년 기상대 관측 이래 6번째로 큰 규모다. 백령도는 물론 인천과 서울 등 수도권, 충남 서산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다고 한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걱정은 지진 발생이 잦아지면서 규모 6 이상의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연평균 25.5회 발생했던 지진은 2000년대 43.6회에 이어 최근 3년(2010~2012년) 동안엔 50회로 늘었다. 기상청은 대규모 지진 위험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옛 문헌의 경주 강진(强震) 기록 등 과거 사례에 근래 발생하는 지진의 규모와 빈도를 생각하면 안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책은 허술하다.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2011년 전국의 건축물과 공항 등 공공시설에 대한 내진보강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공항을 제외하면 목표 달성률이 9%밖에 안 된다고 한다. 원전의 경우도 새로 짓는 것은 진도 7.0에도 견디도록 기준을 강화했지만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 가동 중인 원전 모두에 대한 수시 정밀진단으로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지진 발생 지역과 규모를 분석한 지진위험지도 등 한반도 지각 구조에 대한 조사도 부실하다. 지질 전문가들은 백령도 주변 지진이 확인되지 않은 주향(走向) 이동단층(수평 방향으로 어긋나 이동하는 단층) 등 활성단층대의 영향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파악한 한반도 단층 지도에는 육지의 일부 지역만 분석돼 있을 뿐이다. 해상은 공백 상태라고 한다.
지진을 미리 막을 수는 없지만 대비를 잘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추정일지라도 어느 지역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알려면 한반도 전 해역의 단층대 탐사와 정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당장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해저 등 지진 다발 지역의 지각 조사부터 서두르기 바란다. 내진설계 및 보강 계획의 차질 없는 진행, 경보체계 구축, 주민 대피 계획 등 유사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대비도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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