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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프로야구 혹사 진기록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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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프로야구 혹사 진기록 주인공은?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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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팔이 빠져라 200개를 던져도 고개를 숙이고, 누구는 설렁설렁 80개를 던져도 승리투수가 된다. 1개만을 던지고 승리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

야구는 복잡한 경기 규칙만큼이나 다양한 기록이 나온다.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치른 원정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미국 진출 이후 가장 짧은 5이닝을 소화했다. 경기를 일찍 마친 건 투구 수 100개를 채운 까닭이었다.


투수 분업화가 정착된 현대 야구에서 투구 수 100개는 한계 투구 수의 기준치가 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투수를 뽑을 때 직구 시속 90마일(약 144km)을 기준으로 삼듯 언제부턴가 기계적으로 적용된다. 물론 여기엔 개인차나 경기 상황에 따른 변수도 작용한다. 류현진은 지난 12일 마이애미 말린스 전에서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가장 많은 114개를 던졌다.

방송 중계 화면에 투구 수가 자막으로 등장한 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경기장 전광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투수 수가 표시된 건 1990년대까지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자기가 응원하는 투수의 투구 수가 100개를 넘어가면 팬들은 괜히 불안해진다.

프로야구는 1980년대만 해도 투구 수 200개를 기록한 사례가 여러 차례 나왔다. 영화 ‘퍼펙트게임’의 모티브가 된 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당시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은 15이닝 동안 무려 232개의 공을 던졌다. 작고한 최동원은 209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다.


선동열의 경기 최다 투구 기록은 프로야구가 이 땅에 존속하는 한 깨지지 않을 것이다. 투수에게 그렇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감독은 다음날 해임되지 않을까. 두 투수 모두 팔이 빠져라 던졌지만 경기는 2-2로 끝났다. 누구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프로야구 혹사 진기록 주인공은? 고 최동원 빈소를 찾은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사진=정재훈 기자]


최동원과 같은 시대를 풍미한 김시진 롯데 감독은 1989년 4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OB 베어스와 경기에서 연장 14회까지 219개의 공을 던져 승리투수가 됐다. 이때 김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트레이드돼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정규 이닝 9회 경기에선 삼성 라이온즈 오봉옥이 1992년 9월 4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쌍방울 레이더스 전에서 190개의 공을 던져 승리를 챙겼다. 말 그대로 천신만고 끝에 올린 1승이었다.


잠시 아마추어로 눈길을 돌려 보자. 요즘 말로 투구 수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인 1978년 6월 4일,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대문운동장 야구장에서 연세대와 동아대의 제12회 대통령기전국대학야구대회 준결승이 열렸다. 경기는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연세대 최동원과 동아대 임호균의 호투 속에 연장 14회까지 0-0으로 팽팽했다. 일몰 일시 정지로 경기는 이튿날 오전 속개됐다. 재개된 경기에서 연세대는 연장 18회 초 터진 김봉연의 결승 홈런으로 1-0 승리를 맛봤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연세대는 몇 시간 휴식을 취한 뒤 바로 성균관대와 결승을 치렀다. 선발 투수는 이번에도 최동원이었다. 연세대는 접전 끝에 성균관대를 3-2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최동원은 이틀에 걸쳐 27이닝 동안 총 375개의 공을 던지며 12피안타 33탈삼진 2실점이란 믿을 수 없는 내용을 기록했다.


대학 시절부터 면도날 같은 제구력을 자랑하던 임호균은 그 뒤 프로에서 투구 수와 관련한 특별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청보 핀토스 시절인 1987년 8월 25일 인천 구장에서 열린 해태와 홈경기에서 73개의 공을 던지며 완봉승을 거뒀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최소 투구 수 완봉승이다. 임호균의 이닝 당 투구 수는 8개에 불과했다. 두산 베어스의 랜들이 2006년 7월 6일 잠실구장에서 61개의 공을 던져 KIA에 완봉승을 거둔 적이 있지만 이는 5회 강우 콜드게임이었다.


달랑 공 한 개를 던지고 승리를 챙긴 경우도 있다. 주인공은 11명이나 된다. 김청수(롯데), 류택현(LG 트윈스), 조용준(현대 유니콘스), 구대성(한화 이글스), 이승현(현대), 송신영(우리 히어로즈), 이정민(롯데), 최원제(삼성), 이동현(LG), 최대성(롯데), 진해수(KIA·이상 기록 당시 소속팀) 등이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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