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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이와쿠마, '유리몸' 우려를 잠재우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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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이와쿠마, '유리몸' 우려를 잠재우다① 이와쿠마 히사시[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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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5일, 시애틀 매리너스는 일본인 투수의 영입을 알렸다. 이와쿠마 히사시다. 1년간 연봉 150만 달러. 발자취를 살펴보면 헐값이다. 1년여 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부터 제시받은 조건은 4년 1525만 달러였다. 다음날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와쿠마가 밝힌 소감은 담담했다.

“시애틀이 내 가치를 인정해줬다.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겠다.”


적잖은 일본 야구관계자들은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근거는 기량미달이 아니었다. 이와쿠마가 스스로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건강이었다.

이와쿠마는 긴데쓰 버팔로스 시절부터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끊임없는 부상에 시달렸다. 부위는 투수에게 생명인 어깨, 팔꿈치 등이었다. 2005년과 이듬해 어깨를 다쳤고 2007년 옆구리, 등 부상 등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잔부상도 많았다. 선발투수로 120개 이상을 던지면 어김없이 다음날 탈이 났다. 팔꿈치가 부어오르거나 어깨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잦은 부상에도 이와쿠마는 전력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대신 등판순번을 미뤘다. 일본리그는 대개 6선발 체제를 지향한다. 한 투수가 일주일에 한 번 등판하는 셈. 이와쿠마는 통증을 느끼면 다른 투수들과 달리 10일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만의 생존 전략이었다.


이와쿠마는 2007년까지 ‘2% 부족한 투수’였지만, 이듬해 기량이 만발했다. 28경기에 선발 등판해 201.2이닝을 던지며 21승 4패 평균자책점 1.87을 남겼다. 일본의 사이영상인 사와무라상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그 해 거둔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와쿠마는 2005년까지만 해도 포심 패스트볼과 고속 슬라이더 위주의 볼 배합을 보였다. 부상을 자주 당하면서 패턴엔 변화가 가해졌다. 그 대안은 투심 패스트볼, 싱커 등의 변종직구. 땅볼 아웃을 유도해 이닝 당 투구 수의 최소화를 노렸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이와쿠마는 해답을 찾았다. 한 경기 투수 수를 100개 정도로 조절하는 것이었다.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 등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린 뒤 승부구로 변종직구를 던졌다. 경기당 100개가 조금 넘는 투구에도 평균 7.2이닝을 소화할 수 있던 비결이다.


에이스의 기준


한 번 탄 상승세는 오래갔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시즌 동안 80경기에 선발 등판, 571.2이닝을 던졌다. 맹활약에도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감독이던 노무라 카츠야는 이와쿠마를 마뜩찮게 여겼다. 다음은 그가 2010년 6월 TBS ‘선데이 모닝’ 하리모토 이사오와 대담에게 밝힌 내용이다.


“이와쿠마는 자신이 다치지 않고 시즌을 마치는 걸 최우선으로 삼는 선수다. 어깨, 팔꿈치가 조금만 아파도 마운드를 내려간다. 완봉 흐름의 경기에서 투구 수 100개를 채우지 않고 자진 강판하는 경우도 봤다. 에이스의 책임을 망각한 행동이다. 에이스는 완투로 불펜에 휴식을 제공하고 상대팀에 어렵단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와쿠마가 포스팅시스템(Posting system, 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다? 조금만 무리하면 열흘을 쉬어야 하는 투수다. 빅 리그는 선발투수가 4일을 쉬고 등판하는 곳이다. 이와쿠마가 한 차례 선발로 나서는 동안 나머지 투수들은 세 차례씩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한다. 4일 휴식 뒤 선발등판을 하려면 한 경기 투구 수를 (100개에서) 몇 개로 줄여야 할지 의문이다.”


[김성훈의 X-파일]이와쿠마, '유리몸' 우려를 잠재우다① 이와쿠마 히사시[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노무라는 에이스라면 매 경기 130~150개의 공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도자다. 필요한 경우에는 200개도 던지게 한다. 시대착오적 야구관 탓에 일부 일본 야구 관계자들은 통산 1565승을 거둔 명감독을 외면한다. 사실 이 같은 사고는 한국에서도 발견된다. 한 프로 감독은 일주일에 여섯 번씩 ‘돌아오라 1983’을 연출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이와쿠마의 스프링캠프는 순조로워 보였다.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60을 남겼다. 그러나 돌연 자취를 감췄다. 시애틀의 수석 트레이너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오른 어깨 주변근육이 (다른 메이저리거들보다) 약하다. 이 상태로는 4일 휴식 뒤 선발 등판하는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다.”


이와쿠마는 탬파베이 레이스와 도쿄돔 개막전 길에 동행하지 않았다. 대신 트레이너에게 도움을 구해 오른 어깨 주변 근육 강화에 힘썼다. 첫 등판은 4월 20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야 이뤄졌다. 주어진 보직은 롱 릴리프. 그러나 5월까지 마운드에 오른 횟수는 다섯 번에 그쳤다. 쉽게 말해 선수단의 25번째 선수였다.


이와쿠마는 6월 한 달 동안 9경기에 등판, 15.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했다. 선발 진입 가능성을 묻는 시애틀 전담 기자들의 질문에 에릭 웨지 감독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팀 5선발은 헥터 노에시(2승 12패 평균자책점 5.82 WAR -1.0)다”


하지만 기회는 찾아왔다. 7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5이닝 3피안타 3실점. 7월 30일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는 첫 선발승도 거뒀다. 8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13개의 삼진을 잡았다. 거듭된 호투에 웨지 감독은 이와쿠마를 중용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16경기에 선발 등판,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했다.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2005년 선발투수로 기록한 2.67보다 낮았다. 시애틀의 역대 신인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했다.


②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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