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갑을(甲乙)' 논란에 포털 2위 다음이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당국의 화살은 1위 네이버(NHN)에 겨눠졌지만 2~3위권 포털도 자유롭지 못한 모양새다. 이 사이 IT 제조업체들이 약진하면서 연초 코스닥 시총 2위를 다투던 다음의 순위를 끌어내렸다.
15일 종가 8만6000원 기준, 다음의, 시총은 1조1660억원으로 코스닥 11위를 기록했다. 바로 앞자리인 10위에는 1조1814억원의 에스에프에이가, 9위에는 1조1887억원인 파트론이었다.
인터넷 벤처를 대표하는 다음이 파트론 등에게 역전당할 것이라고는 3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시나리오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다음은 시총 1조5000억원을 오르내리며 CJ오쇼핑과 함께 시총 2위를 다퉜다. 이후 다소 부진했지만 이달 초순까지만 해도 1조2000억원대로 10위권 탈락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었다.
이상 조짐은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남양유업 사태부터 나타났다.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갑을(甲乙)' 논란이 포털업계로까지 확산된 것. 6년만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을 조사하면서 불똥이 다음까지 튀었다. 네이버를 조사한 후 결국 다음까지 조사하지 않겠냐는 우려에 매물이 쏟아졌다. 특히 국내 기관은 지난 7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이다.
이 사이 IT 제조업체들의 약진은 계속됐다. 삼성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이 잘 나가면서 관련 부품주들을 비롯한 IT부품주들이 랠리가 이어졌다. 특히 1분기 실적까지 기대대로 '서프라이즈'급으로 나오면서 신고가 행진을 계속했다. 최근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파트론과 에스에프에이는 모두 첫 1조클럽 가입이다.
이들 외에도 덕산하이메탈, 솔브레인, 인터플렉스 등 IT 장비업체들이 7000억원대 시총으로 1조클럽 진입을 위해 대기 중이다. 코스닥의 IT 제조업체들은 삼성전자 등 국내 굴지 대기업들에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다. 굳이 '갑을' 관계를 따진다면 '을'의 위치다. 전방산업인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등이 잘 나가면서 덩달아 이익이 급증한 측면도 있지만 새 정부 들어 밀고 있는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에 모멘텀이 되고 있다.
반면 아이디어 하나가 전재산인 벤처로 시작했지만 경영 생태계에서 '갑'의 성격이 강해진 포털쪽은 최근 사회 분위기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증시 한 관계자는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게 기본이지만 '상생'이라는 키워드 역시 사회적 인식뿐 아니라 증시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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