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3세 새로운 리더십이 뜬다(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14년간 경영수업..기아차 회생 주역
혁신·품질 내세워 매출 확대 전략
해외출장때마다 현지법인 직접 챙겨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3세 경영인 가운데 이미 준비된 후계자로 꼽힌다. 약 14년간 사내에서 경영수업을 통해 부도로 쓰러졌던 기아차를 되살렸고, 이제는 정몽구 회장을 도와 명실상부한 현대차의 핵심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1999년 현대차 자재본부 이사로 입사했고, 이어 영업과 기획부서를 거치면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2002년에는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에 오르면서 고속승진 했다.
이듬해 그는 기아차 부사장에 선임되면서, 부친의 그늘을 벗어나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당시 기아차는 1998년 부도로 쓰러진 이후 그해 1조998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경영정상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영업을 강화하고 회사의 매출을 확대시키는 전략을 펼쳤고 곧 실적으로 나타났다. 부임 첫해인 2003년 12조8398억원이던 기아차 매출액은 1년 만에 15조2577억원으로 18.8%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8124억원에서 513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당시 수익성 개선이 시급했고 장기적인 성장비전을 마련해야하는 과제도 제기됐다. 그는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오르면서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그해 지분 매입을 통해 기아차 주식 690만여주, 1.99%를 확보한 것.
특히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책임자로 영입하면서 기아차의 '디자인경영 시대'를 구축했다. 그러나 기아차 수익개선은 쉽지 않았다. 개별기준으로 기아차는 2006년과 2007년에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신차효과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반전하기 시작했다. 박스카 쏘울, 쏘렌토R, 스포티지R, K5 등을 잇따라 출시해 자동차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해외에서도 기아차 디자인은 호평을 받으면서 2009년 쏘울이 한국차 최초로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다. 이어 K5와 스포티지R, 모닝 등으로 5년 연속 수상했고 iF 디자인상도 4회나 수상했다.
좋은 평가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2009년 기아차는 매출액 18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으며 2012년 말 기준 매출 28조원, 영업이익 1조6453억원으로 성장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기아차의 혁신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1년에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새로운 경영 철학인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New Thinking, New Possibility)'을 발표하며 현대차 브랜드의 고급화를 진두지휘했다.
부회장 취임 다음 해인 2010년 현대차는 매출액 66조원에서 2011년 77조원, 2012년 84조원으로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를 기반으로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톱5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경영성적에 따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중심으로 상당부분 무게 중심이 이동하게 됐다. 정 부회장은 꼼꼼하게 현장을 찾는 경영 기본을 잊지 않고 있다.
수시로 현대·기아차의 품질경영 산실인 남양연구소를 찾고 엔지니어들과 대화를 나누며 연구개발 방향을 정하고 현황을 체크한다. 모터쇼 등 해외출장 때에도 현지법인을 방문해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엔저로 인해 한국 자동차업계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정 부회장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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