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협약에 따라 신병 인도될 수 있어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미국 사법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윤 전 대변인이 한·미 간 수사공조에 따라 미국에서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현재 미국 연방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워싱턴 DC 검찰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수사 지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진 미국 주재 한국대사는 13일(현지시간) "미국의 관계 당국에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동시에 절차가 빨리 진행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당초 윤 전 대변인이 미국으로의 출두를 거부하고 혐의가 경범죄로 치부돼 현지 조사는 실현 불가능 한 것으로 보였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14일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이 지난 8일 오전 6시께 자신이 묵던 미국 워싱턴 페어팩스 호텔 방안에서 알몸으로 피해 여성의 엉덩이를 잡아 쥐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한·미 간 범죄인 인도협약에 따라 우리 측에서 윤 전 대변인을 미국에 보내려면 성추행이 1년 이상의 자유형(징역·금고·구류)이나 그 이상 중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로 인정받아야 한다. 정태원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워싱턴 DC 형법상 '허락없이 몸을 만졌다'는 것은 일단 경한 성추행인데, 바에서 옷을 입고 만진 것과 밀실에서 알몸으로 만진 것을 동등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며 "후자의 경우 강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만지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1급 성폭력 종신형도 가능하다. 강간 목적이 아니라도 3급 10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당국은 외교적 파장을 우려했는지 사건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경찰은 "우리는 성추행 경범죄(SEX ABUSE-MISDEMEANOR)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고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런 특정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 문의하기 바란다"며 대답을 피했다.
사건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어 향후 미국 경찰도 윤 전 대변인과 피해 여성이 술을 마셨던 'W호텔'의 지하 바, 이들이 묵었던 페어팩스 호텔 로비나 복도 등의 폐쇄회로(CC) TV를 점검하는 등 수사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피해 여성이 한국 사법 당국에 고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사법 처리가 훨씬 용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해 국정 운영의 차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피해자가 한국 수사 기관에 고소할 경우 한국에서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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