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마지막 덫'이 바로 17번홀(파3)이다.
오늘밤(한국시간) 대장정에 돌입하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950만 달러)의 개최지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코스(파72ㆍ7215야드) 이야기다.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죽음의 홀'이라는 애칭이 붙은 17번홀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워터해저드가 그린을 둘러싸고 있는, 그래서 순식간에 2타 이상을 까먹을 수 있는 이른바 '시그니처 홀'이다. 사실 전장이 137야드에 불과해 9번 아이언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시시각각 바람이 방향을 바꾸는데다가 마지막날에는 우승에 대한 압박감과 '구름갤러리'의 환호까지 더해져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 폴 고이도스(미국)는 2008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의 연장전에서 티 샷이 워터해저드로 직행하면서 분루를 삼켰고, 션 오헤어(미국)는 2007년 1타 차 선두를 달리다가 두 차례나 공이 물에 빠지면서 순식간에 4타를 까먹고 공황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탱크' 최경주(43ㆍSK텔레콤)에게는 그러나 달콤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홀이다. 2011년 최종일 이 홀에서 3m 버디를 솎아내 데이비스 톰스(미국)와의 연장전에 돌입하는 동력을 만들었고, 속개된 연장전에서는 12m 버디 퍼팅을 홀 1m 지점에 붙이면서 안전하게 '우승 파'를 잡아내 기어코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톰스는 반면 6m 거리에서 '3퍼트 보기'를 범해 다잡았던 우승컵을 날렸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역시 '난코스'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본부가 있는 폰테베드라비치에 아예 투어전용코스로 조성됐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세계적인 코스디자이너 피트 다이(미국)와 함께 무려 4000만 달러의 거금을 쏟아 부어 대대적인 코스 리뉴얼까지 완성했다. 선수들의 장거리포에 대비해 전장이 261야드 늘어났고, 페어웨이 폭은 오히려 '개미허리'로 줄어들었다.
당연히 페어웨이 양쪽에는 질긴 러프가, 코스 곳곳에는 깊은 벙커도 포진했다. 핵심은 물론 울트라 드와프 버뮤다 잔디로 조성된 그린이다. 마스터스의 개최지 오거스타내셔널을 의식해 '유리판 그린'을 유지하고 있다. 16~18번홀 등 마지막 3개 홀이 승부처다. 17번홀을 중심으로 16번홀(523야드)은 '2온'을 시도해야 하는 짧은 파5홀로, 뒤에는 왼쪽으로 휘어지는 길고 어려운 파4홀인 18번홀(462야드)을 배치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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