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세계 지도자들이 온갖 원조나 강의, 제재를 통해서도 달성하지 못한 일들을 작고 동그란, 달콤한 간식 하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일(현지시각) "초코파이가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한국에서 만든 마시멜로가 든 파이가 북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맛을 세계로 이끌며 평양에서 '전설적인 지위(legendary status)'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북한문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50·러시아) 국민대 교수는 "초코파이는 북한에서 심리변화를 위한 중요한 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 주민에게 초코파이는 남한의 번영을 상징한다"며 "초코파이와 DVD, 대규모 노동인구의 중국 유입 등으로 인해 이제 북한 주민은 더 이상 남한이 자신들보다 더 못산다는 잘못된 정보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코파이는 남한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노동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해 왔다. 북측 노동자들에게 현금으로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 개성공단 사업주들은 물품으로 대신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라면과 커피믹스 등도 인기가 있지만 초코파이는 개성공단 감독관들 사이에서 정가의 3~4배로 되팔릴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변화도 엿보인다. 북한에서는 청바지나 스키니 진은 금지돼 있고 위반시 한달간 강제노역에 동원될 수도 있지만 북한의 젊은이들은 검은색 진바 지를 대담하게 입고 다니기도 한다.
미국 북한인권단체 링크(LiNK)의 박석일 정책연구국장은 "북한의 항구도시 라선에서 만난 어떤 이는 패션에 대한 자유가 없어서 북한을 탈출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국장은 또 "북한 주민들은 돈이 조금 생기면 외국 DVD를 사고, 좀 더 많이 벌면 휴대전화를 사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이러한 변화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에 눈을 돌리고 있고, 내부에 대한 불만을 키워나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는 북한 지도자들에게 경고 신호로 다가온다"고 논평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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