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우리는 감정노동자②]고객 횡포에 속수무책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충분한 휴식과 감정노동 관리 프로그램 도입해야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내가 니 친구가, 내가 니 밥이가. 아무 이유도 없이 내가 왜 니한테 욕을 들어야 하는데. 당신도 욕하는데 내라고 욕 못 합니까."

'대리운전 상담원 누나의 패기'. 두달 가까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던 녹취록이다. 짧은 녹취록은 부산의 한 대리운전 여성 상담사가 술에 취해 욕설과 고성을 퍼붓는 고객에게 맞대응 하는 내용이다. 상담사는 마지막에 "신고하겠다"는 고객의 말에 "할 테면 해봐라, 나도 업무방해로 고소하겠다"고 응수한다.


네티즌들은 대부분 "통쾌하다", "대단하다" 등의 반응이다. 하지만 이 상담사처럼 고객의 행패에 맞서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A은행 대출영업부에서 2년 동안 텔레마케터로 근무했던 김수연(28ㆍ여) 씨는 "고객이 욕설을 하면 그냥 듣고 있거나 죄송하다고 말하고 끊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목소리로만 영업, 고객 횡포에 노출되기 쉬워=전화로 각종 상품을 판매하거나 고객의 불만 사항을 접수하는 텔레마케터는 이른바 '얼굴 없는 감정노동자'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지 않다 보니 일부 고객들의 횡포에 노출되기가 쉽다. 몇 년 전 한 휴대전화 제조업체에서 전화로 기술지원을 담당했던 이제현(32ㆍ남) 씨는 "일단 불만을 갖고 전화하는 고객들을 대하는 게 힘들었다"며 "어딨냐고 물으면서 당장 찾아가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목소리로만 영업을 하다 보니 과도한 감정 조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선 "미소가 섞인 말투"를 주문하기도 한다. 카드사에서 1년 동안 전화영업을 담당했던 고아현(27ㆍ여) 씨는 "많으면 A4 한 면에 꽉 찰 분량의 회원 서비스, 무이자 할부, 할인 가맹점 등 각종 혜택을 속사포로 읊어야 했다"면서 "이 때도 손님의 반응에 관계없이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는 필수였다"라고 말했다.


◆회사 내 감시와 열악한 근무환경도 문제=텔레마케터들의 감정노동을 배가 시키는 것은 철저한 감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9년 발간한 '텔레마케터 인권 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텔레마케팅은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동시에 효율성을 개선시켜 기업 매출과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에서 도입된 경영 수단'으로 반대급부로 '실적강요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텔레마케터들의 업무는 대부분 녹취가 돼 인센티브나 승진에 반영된다. 고 씨는 "텔레마케터들의 업무 감시만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있었다"면서 "혜택 중 하나라도 빠지면 업무평가에서 감점을 당하니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인권위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 공공기관에서는 첫인사, 끝인사, 양해멘트를 누락할 경우 상담원 평가 시 감점을 하기도 했다.


열악한 업무환경 역시 텔레마케터들의 고충을 가중시킨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텔레마케터의 월 평균 수입은 140만원이다.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3시간이지만 실적을 채우지 못해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국내 한 대형 카드사는 텔레마케터들에게 한 시간 근무 후 10분간 휴식을 주도록 규정을 정해놓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다. 전화를 통해 가입에 응한 고객들의 등록 작업을 휴식시간에 하도록 지시하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작년 말 발간한 '감정 노동자의 인권수첩'을 통해 고객이 반말이나 욕설을 할 경우에는 통화를 정지하거나 매니저 및 전담팀으로 통화를 전달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고객이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어를 사용할 때는 우선 현행법 위반임을 알리도록 조언했다. 기업에게는 감정노동자들에 대해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물리치료나 심리치료 등 상시적인 감정노동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을 권유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