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2년 연장만 합의 내일 발표...한반도 초긴장 상황 영향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결렬됐다.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는 기존 원자력협정 시한을 2년 연장하기로만 합의했다. 연장된 기간에 협상을 별여 개정안을 확정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양국은 이 같은 내용을 24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23일 "한·미 양국은 내년 3월 만료되는 협정의 시한을 2016년 3월까지 2년 연장하고 앞으로도 계속 협상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며 "빨리 결과를 내는 것보다 협정 내용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예기간을 갖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이러한 협상 결과를 놓고 관계부처 회의, 국회와의 협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발표시간 전까지 최종 조율을 마친 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 예정이다.
양국은 지난 16~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해 예정 기간을 넘긴 18일에도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연장된 회의에서도 끝내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다.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이유는 최고조에 이른 한반도 안보 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협상 시작 전인 12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북한·이란 핵 문제를 다루고 있는 민감한 시점이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한·미 원자력협정에) 들어가는 것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때부터 이미 우리나라에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부여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하버드대학 벨퍼 국제관계연구소장은 22일(현지시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한국에 농축·재처리 권리를 허용해주면 핵무기 개발을 하려는 북한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일본 등을 자극해 동아시아의 핵확산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이어질 협상과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사용후 핵연료의 효율적 처분, 원전 대국의 위상에 걸맞은 여건을 최대한 얻어내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40년전 원자력산업이 미약하던 시절 체결된 '일방적인 협정'을 '선진적·호혜적인 협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나타내고 있다.
협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앞서 우리나라와 미국은 2010년 10월 협상을 처음 시작한 뒤 지난해 2월까지 다섯 차례 만났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양국의 입장이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2년간의 추가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5월 미국을 방문하는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지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다소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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