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빙하기'로 휴대폰 시장 1월 180만대→3월 130만대...제조사 매출 급감 아우성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청와대 경고 후 찾아온 '보조금 빙하기'로 휴대폰 판매가 직격탄을 맞았다. 연초와 비교해 판매량이 무려 30% 급감하면서 제조사들의 판매 전략에 경고등이 켜졌다.
15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휴대폰 시장 규모는 개통 기준으로 지난 1월 190만대, 2월 180만대에서 3월 130만대로 축소됐다. 보조금이 과열됐던 1, 2월과 비교하면 30%가 감소한 것이다.
제조사 관계자는 "최근 통신 시장이 축소되면서 3월 국내 매출이 급감했다"며 "국내 영업 담당들은 완전히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다. 전체 휴대폰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든데다 지난해 공급 기준 75%까지 치솟았던 월별 점유율도 올 들어 60%대로 감소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국내 모바일 영업팀장 등을 교체해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부담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와 팬택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최근 시장점유율이 20%대로 지난해 15% 안팎보다 올라왔지만 절대적인 판매량은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다. 보조금 시장 위축으로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기 어려워지면서 삼성, LG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팬택도 타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가 엄포를 놓은 상황에서 제조사도 섣불리 판매 장려금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 명동 근처의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최근 통신사 뿐 아니라 제조사도 보조금을 거의 싣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 평균 휴대폰을 개통하는 손님들이 예전과 비교해 40%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조사는 휴대폰 출고가만 내리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2와 갤럭시S3의 가격을 10% 가량 인하했다. LG전자도 옵티머스 G와 옵티머스 뷰 2의 출고가를 20% 안팎 낮췄다.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잇따라 망내외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보조금 대신 요금·서비스 위주로 통신 시장의 경쟁 환경이 변하는 것도 제조사를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휴대폰 판매에서 보조금이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에 통신사의 보조금이 줄어들면 제조사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통신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통신사 관계자는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했던 상황이 정상화되는 단계로 제조사가 출고가를 인하하는 등 단기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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