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내놓은 임대아파트간 소셜믹스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임대아파트내 주거환경 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관리의 어려움으로 되레 슬럼화가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1일 임대아파트 입주자의 세대ㆍ계층간 혼합을 끌어내겠다는 내용의 ‘공공임대주택 종합개선대책’을 내놨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한 울타리안에 살도록 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철학이 반영된 조치다.
현재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입주기준이 ‘기초생활수급자와 국가유공자’ 등으로 ‘도시근로자가구의 월 평균 소득 70%이하’로 정해진 국민임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 즉 같은 임대주택인데도 수급자, 장애인 등 저소득 취약계층으로 입주자격을 한정해 임대주택의 노령화와 슬럼화를 불러왔던 부작용을 개선하겠다는 얘기다.
핵심은 영구임대주택에 신혼부부, 세 자녀 가구 등 젊은 세대를 입주시키겠다는 것이다. 공가가 발생할 경우 우선 적용되며 시범운영을 통해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관련 법규의 개정도 추진한다. 구체적인 계획안을 만들어 국토교통부와 합의해 나가겠다는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가 다양하다. 기대감을 보이는 쪽은 최하위계층이 모이던 영구임대아파트에 다양한 계층이 모일 경우 그에 맞는 주거환경이 상향조성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존 영구임대아파트는 노년층이 집중돼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입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힘들었다. 반면 젊은 세대층이 들어올 경우 새로운 주거 커뮤니티 정착으로 전반적인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우려감도 적지 않다. 영구임대에 거주하는 입주민과 국민 및 공공임대에 거주하는 입주민간의 혜택이 다른 상황에서 관리가 더 소홀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영구임대주택 부족으로 공공ㆍ국민임대에 거주 중인 기초생활수급자도 많은데다 기존 국민임대 입주자들과의 역차별 논란까지 불식시켜야 한다.
실제 지금까지 SH공사가 공급한 영구임대주택은 2만2000여가구로 공공임대와 국민임대를 합친 물량(2만3000여가구)과 맞먹는다. 게다가 서울시는 공공ㆍ재개발ㆍ국민임대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5834가구를 사실상 영구임대가 부족해 입주하지 못한 법정 영세민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사정이 나은 소수의 공공ㆍ국민임대 입주자들의 주거수준을 더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관리비와 임대료 산정에서의 혼란도 예상된다. 쉽게말해 영구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국민임대 입주자에게 어떤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다. 장기적으로 소득에 맞는 관리비ㆍ임대료 산정을 도입하겠다는게 서울시의 복안이지만 이는 수년째 겉돌고 있는 제도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 월 소득이 분명하지만 대다수 저소득층은 월 수입이 불규칙적이라 확인이 쉽지 않아서다. SH공사가 2011년 임대료 차등 적용을 추진한 후 아직까지 시행방안을 찾지 못한 것도 이때문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임대간 혼합은 분양과 임대를 섞겠다는 소셜믹스 정책의 발전된 모습으로 우선 저소득층의 수준을 조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하지만 소셜믹스의 경우 주민들의 동의가 최우선인 만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제도적 방침이 먼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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