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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北과의 대화가 꼭 저자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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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北과의 대화가 꼭 저자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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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요새 가장 많이 오가는 질문은 "이러다 정말 전쟁 나는 건가?"일 테다. 전쟁은 공멸을 의미하니 이는 어쩌면 우문(愚問)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보다 앞서 답을 찾아야 할 문제도 풀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관심조차 덜하다.


"북한은 무엇을 원하는가." 이 질문의 답을 구하려면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대화를 제의하는 것이 '저자세'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혹은 대화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8일 국회에서 말했다. 류 장관은 그러면서 "큰 판에서 외부 세계와 대화하겠다는 의도가 (북한에)있는 것 아닌가 추정한다"고 진단했다. 김정은 체제 안정을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이 역시 추정일 뿐이다.

정부는 북한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 "도발에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적극 가동할 것"이란 당근을 동시에 제시한다. 하지만 북한이 위협수위를 날마다 높여가는 것은 '투트랙'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일 수 있다. 더욱 그럴 것이 요즘 청와대는 두 '트랙' 중 전자쪽에 더 강한 방점을 찍고 있다.


북한의 개성공단 운영 잠정중단 발표에 박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북한이 져야 할 것" "이런 식으로 하면 누가 북한에 투자하겠나"라고 9일 국무회의 발언으로 맞받아쳤다. 취임 후 기회 있을 때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언급했지만 이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남북협력기금의 쓰임새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경제적 압박 발언도 했다.

이는 차분한 대응을 강조해온 우리 정부의 기본 방향과 배치되는 느낌을 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틈만 나면 "언론이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 한국 내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의도에 휘말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 언론뿐일까 하는 점에선 의구심이 앞선다.


정부는 북한과 언제라도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지금보다 더 강조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려는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물밑접촉이 이루어지는지 알 길이 없으나, 대화의 계기를 우리가 만들든 외교적 협조를 구하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은 정부 몫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문제를 단일의제로 해서 대화를 시작하고 여기서 신뢰가 쌓이면 범위를 확대해나가는 현실적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정부 관계자가 연이어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자극이고 도발의 빌미가 될까 우려된다. 도발은 비록 규모가 작을지라도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다. 당당하고 흔들리지 않는 '안보 대통령'이란 이미지는 낮은 국정지지율을 끌어올릴 테지만 그것은 국민 불안을 딛고 올라선 것일 뿐이다.


경제는 심리고 불안은 그 최대의 적이다. 투트랙의 조화로운 구사와 현명한 대안 모색으로 상황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 이는 분명 자존심 문제는 아닐 것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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