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도민의 1%만 찬성해도 폐업 안해" 洪 "경기도 살림이나 잘하라"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포스트 박근혜'를 겨냥한 새누리당 잠룡들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대선까지 당의 구심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잠룡들은 차기 대권주자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점차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몸 풀기에 나선 것은 홍준표 경남지사다. 홍 지사는 강성 노조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의 폐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안은 지방의 한 도립의료원의 존폐 문제지만, 현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기조에 역행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중앙무대에 올랐다. 대권주자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이 같은 흐름에서 제기됐다.
홍 지사는 이 같은 분석에 대해 "(폐업 결정은)결코 정치적 계산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라며 "차기 주자는 추호도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란 국민들이 공감대를 이뤄서 재목이 된다고 할 때 나서야한다"고 말해 추후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 지사의 한 측근은 진주의료원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기자들과 만나 "홍 지사가 다음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자 일찌감치 차기 대권주자에 명단을 올려놓은 김문수 경기지사가 나섰다. 김 지사는 홍 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이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홍 지사의 고군분투(孤軍奮鬪)는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나는 홍 지사와 달리) 경기도립병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문 조사가 도민의 1%만 나오면 병원을 없애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도립병원을 폐쇄하면 장애인, 노숙자 등 극빈층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내몰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김 지사가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는 것 같다"며 "경기도 살림살이나 잘하라"고 응수했다. 그는 이어 "경기지사 할 때 대통령 한다고 4년간 설쳤지만 경기도에서도 지지율이 5%도 안나왔다"며 김 지사를 깎아내렸다.
표면적으로 이들의 설전은 광역자치단체를 책임지는 수장의 정책적 입장 차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설전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 김 지사는 "나와는 문제의식이 같지만 개혁 방법이 다르다"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홍 지사는 "대통령 경선은 김 지사보다 내가 먼저 나갔다"며 "김 지사가 당 대표를 해봤느냐"고 공격했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소외됐던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상대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포스트 박을 노리는 여권 내 잠룡들은 이 같은 신경전을 지속하다가 새 지도부 구성을 전후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차기 대선주자 그룹은 오는 10월 재·보궐선거를 전후해 당의 쇄신과 변화를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 지사와 함께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정몽준·이재오 의원, 원희룡 전 의원도 조만간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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