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증시, 위기가 기회?" 전문가 진단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울고 싶을 때 뺨 맞은 격이다. G2(미국·중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자금 역시 '바이(Bye) 코리아'를 외치며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장세를 이어오던 코스피는 북한 도발 우려에 또 한 차례 출렁였다. 이번주 코스피의 주간 변동성은 3.6%로 코스피가 연중 저점(1930)을 형성했던 지난 1월 말(3.7%)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5일 시장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경우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 지수 수준에서 대부분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그보다 문제는 돌아오지 않는 외국인, 일본은행(BOJ)의 강한 드라이브에 따른 엔화약세 심화 우려, 미국의 제조업 및 고용지표 부진, 중국의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른 시장 위축 우려 등이다. 이같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코스피는 당분간 박스권에 머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1900선 초반 선에서 형성돼 있는 박스권 하단은 지지될 것으로 봤다.
◆'집안문제' 北 리스크…"최악 안간다면 대부분 반영"= 국내증시는 현재 이머징 증시 대비 12%, 선진국 증시 대비 18% 가량을 할인받고 있다. 북한과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미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는 얘기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평해전, 천안함 사태 등 북한 리스크 발생 당시 코스피의 평균 하락율은 1.1~2.6% 수준이었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 한 전날 1.2% 조정으로 북한 리스크의 반영은 일단락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패닉이나 공포심리로 나오는 매도라 해도 이론적으로 1850선 전후에서는 멈추게 될 것"이라며 "이 근처로 내려가면 무조건 사도 만회가 될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평가했다.
◆'대외요인' G2 더딘 회복…"지표 확인과정 필요"= 전문가들이 북한의 도발보다 우려하는 것은 글로벌 주요국의 경기 등 대외요인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가 시작된 시점에서 주가 상승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경제지표의 개선속도 둔화 가능성"이라며 "사상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는 미국 증시도 2분기 중에는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학주 본부장 역시 "지난해 엄청난 배당과 보너스에도 불구하고 되돌아오는 게 별로 없어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늦다"며 "중국 역시 올해 내내 성장보다는 비리척결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회복된다고 해도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은행이 2% 물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년내 자산을 2배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엔화 약세 심화 역시 다시 주목해야할 부분이 됐다.
외국인의 '컴백' 역시 시일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외국인의 자금 유입은 결국 한국시장의 소외가 얼마나 이어질 것인가의 문제"라며 "상반기까지는 북한과의 긴장관계도 있고 국내기업의 어닝 모멘텀도 크게 없는 상황이어서 외국인이 급하게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환율영향 덜 받는 실적주 '주목'=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전문가들은 환율 및 경기영향을 덜 받는 중국·아시아 소비주 및 실적호전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경기에 민감한 화학, 철강, 조선업종 보다는 경기에 둔감한 통신, 유틸리티 등이 당분간 상대적으로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주 본부장은 "신성장동력이 발생하고 있는 온라인쇼핑, 인터넷포털 쪽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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