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관급공사를 컴퓨터 해킹을 통한 낙찰하한가 조작으로 불법 낙찰받은 일당이 적발됐다. 해킹을 통한 관급공사 불법낙찰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김석재)는 컴퓨터등사용사기, 입찰방해 등의 혐의로 김모(52)씨 등 악성프로그램 개발자와 건설업자, 브로커 10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달아난 브로커 1명을 지명수배 조치하는 등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모두 25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경북권 소재 지자체의 재무관과 입찰참여 건설업체들의 PC에 악성프로그램을 침투시키는 수법으로 291억원 상당의 공사 31건을 불법으로 낙찰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노린 것은 2002년 조달청이 구축한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일명 나라장터)에서 오가는 입찰 정보다.
나라장터는 조달청 서버와 재무관용PC 사이에서 무작위로 섞은 15개 공사예정가(예가)를 암호화해 주고받은 뒤, 공사업체들이 입찰과 함께 임의 추첨한 예가를 자동·평균해 산출한 최종하한가와 최근접 직상가를 써낸 입찰자가 낙찰되는 방식이다.
나라장터는 입찰업체의 경우 입찰금액을 써낼 뿐 자신이 뽑은 예가번호 자체를 알 수 없어 공무원과의 유착·담합이 어려울뿐더러 보안장치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직접 해킹이 곤란한 나라장터 대신 상대적으로 보안관리가 허술한 지자체 재무관용 PC와 입찰참여 업체 PC를 우회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 친분관계를 이용해 직접 재무관PC에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하는가 하면, 입찰 참고자료처럼 꾸민 이메일로 수백여 입찰업체 PC에 악성프로그램이 자동 설치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설치한 악성프로그램을 통해 암호화되기 이전 15개 예가와 추첨번호를 미리 전송받은 뒤 입찰업체 추첨번호를 자신들이 정한 번호들로 조작해 추첨 몫 예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낙찰하한가를 조작해, 결국 조작된 낙찰하한가와 만원 안팎 차이 나는 금액을 투찰금액으로 써내 공사를 따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불법 낙찰 사례가 전국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우려해 조달청으로부터 최근 5년간 관급공사 낙찰정보 일체를 넘겨 받아 살펴보고 있다. 또 전국 지자체 재무관 PC에 대해 악성프로그램 설치 여부 확인 및 보존조치를 요청했다.
조달청도 해킹을 통한 불법 낙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초 예가 조작이 아예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향후 경북권 외 경기·강원·호남권 등 다른 지역 불법낙찰 의심업체들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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