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에서 15~19세기 조선시대 116명의 유골에서 채취한 대퇴골을 이용해 평균키를 분석한 결과, 남성은 161.1㎝, 여성 148.9㎝로 각각 분석됐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2010년 조사한 한국인의 평균 키인 남자 174㎝, 여자 160.5㎝보다 각각 12.9㎝, 11.6㎝가량 작은 수치다. 우리 조상들의 키가 지금보다 10㎝ 이상 작았던 이유는 성장기 영양성분 섭취가 지금만큼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1940년대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45세였다. 그런데 2007년 우리의 평균 수명은 약 78세로 1940년대보다 30년 이상을 더 살게 됐다. 조만간 100세 시대가 온다고 하는데 이와 같이 평균 신장이 커지고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의학의 발달도 한 이유겠지만 축산업의 발달로 언제든지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게 됐다는 식생활의 변화도 주요 요인이다.
실제 육식을 즐긴 구석기인은 현대인보다 오히려 더 건장했다고 한다. 구석기 시대 남성의 평균 신장은 177㎝ 정도로 큰 편이었으나 그 후 농경시대가 시작되면서 166㎝로 줄어들었다. 동양인 중 몽골 인의 체격이 상대적으로 큰 것 또한 육식 위주의 식사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 몸은 70%의 수분과 20%의 단백질, 그리고 무기질, 지방 등의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 수분을 빼고 나면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모여 이루어진 결정체로 근육은 물론 머리카락, 손톱, 뼈나 호르몬 등의 중요한 구성성분이다. 우리의 몸은 20가지 종류의 아미노산을 필요로 한다. 그 중 일부는 체내에서 합성이 되고 일부는 합성이 불가능하다. 인체 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10가지의 아미노산을 필수 아미노산이라고 하며 이것은 반드시 음식을 통해서 섭취해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합성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섭취해야만 하는 필수 아미노산들이 바로 동물성 단백질에 많이 들어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우유, 달걀 등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부 채식주의자들이 채식만으로도 어린이나 청소년의 성장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 섭취만으로는 필수 아미노산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성장이 지연될 수 있으며 면역력이 떨어지고 빈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 축산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육류 섭취가 크게 적은 편이다. 과거에 비해 육류 소비량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고기를 많이 먹어 문제가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 2010년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38.8㎏으로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밥을 주식으로 하면서 육류와 채소류를 반찬으로 함께 즐길 뿐 육류를 주식으로 섭취하진 않는다. 영양학자들은 우리가 섭취하는 열량 가운데 45%는 탄수화물에서 30%는 단백질에서 25%는 지방에서 얻으라고 권장한다. 그 중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은 육류 섭취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과거 고기는 굉장히 귀한 음식이었다. 아버지 생신이나 명절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귀한 고기는 여럿이 나눠 먹기 위해 국으로 끓여 먹었다. 다행히 국내 축산업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쉽게 고기를 먹는다. 그 덕분인지 요즘 세대를 보면 과거 40년 전 우리 세대에 비해 확실히 체격이 커졌다. 식물에 적당한 햇빛과 물을 주면 무럭무럭 자라듯이 사람도 영양섭취가 중요하다. 햇빛이나 물로만 식물이 건강할 수 없듯이 사람도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특히,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장원경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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