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우리나라 주도 하에 아시아 5개국이 공동으로 민속놀이 '줄다리기'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5개국은 한국 외에 일본,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모두 줄다리기를 문화유산으로 가지고 있는 나라들로 무형유산 공동등재 신청서를 내년 3월말께 유네스코 사무국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어 신청서 검토와 보완을 거쳐 2015년 말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3일 문화재청과 당진시에 따르면 이달까지 공동등재 참여국을 모집해 오는 7월과 10월 공동등재 신청을 위한 정부간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내년 2월까지 등재신청을 위한 제출 자료 준비와 신청서 작성을 마치고 3월 말 공동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키로 했다. 이예나 문화재청 국제협력과 사무관은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 창녕군 영산면 '줄다리기' 풍습이 국가지정문화재라면 그 외에도 삼척, 감내, 의령, 남해, 포항, 김제 등 여러 지역에서도 줄다리기가 이어져 오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와 아시아 국가들과의 공동등재를 위해 전승 상황을 살피며, 학술적인 정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가 '김치와 김장문화'를 인류무형유산에 단독등재 목표로 신청을 준비 중인 것과 달리 줄다리기는 다국간 공동으로 진행된다. 지난 2011년 유네스코는 국가 간 경쟁으로 신청 건수가 과도하게 많아져 무형문화유산 등재 총량을 연간 60여건으로 제한하면서, 1개 국가 1개 단독등재 신청만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공동등재 문화재는 단독등재 문화재와는 별도로 신청이 가능하다.
특히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75호로 지정된 '기지시 줄다리기'가 전해지고 있는 당진시에서는 이번 공동등재를 위해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의 줄다리기 현황조사를 지원하고 있다. 당진시는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수도작(水稻作, 논에 물을 대 벼농사를 지음) 문화권 전통 줄다리기와 관련한 국제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기지시줄다리기는 500년 전 당진 지역 마을의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치러지고 있는 풍습으로 전해지며, 풍요와 평화를 기원한다는 의미가 크다. 군·읍 등 지역단위가 함께 모여 대규모로 진행될 시에는 암줄 수줄이 각각 100m에 달하며, 참여인원만 수천명이다. 짚으로 꼬아서 묶어 만든 대형 줄의 무게만 약 40톤 수준이다.
여기서 줄은 '용' 즉, 물을 다스리는 '수신(水神)'을 상징한다. 또한 남녀의 결합을 뜻해 '다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윗마을, 아랫마을 또는 동, 서로 구분해 대결구도로 펼쳐지는 줄다리기는 화합과 단결을 추구하며, 주로 정월대보름에 농경문화권 지역의 마을 주민들 남녀노소 모두가 벌였던 대표 놀이다.
세계적으로 '줄다리기'는 베트남, 캄보디아 등 쌀을 생산하던 동남아시아 지역과 일본 등에서 이어져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10곳 지역의 줄다리기 풍습이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중국 역시 줄다리기 전통과 관련한 기록이 있지만 국내학계에 따르면 현재 전승의 맥은 끊긴 상태다.
고대영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우리나라 주도로 줄다리기를 공동등재 신청 한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큰 일"면서 "한국은 무형유산의 선도국으로 공동등재를 추진 중인 국가들에게 인적·물적 자원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 문화재가 국가간 공동으로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된 사례는 '매사냥술'이 있다. 매사냥술 등재는 아랍에미레이트가 주도한 것으로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벨기에, 스페인 등 13개 국가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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