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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 아티스트' 무너뜨린 넥센의 정교한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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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 아티스트' 무너뜨린 넥센의 정교한 야구 서재응(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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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서재응(KIA)은 ‘컨트롤 아티스트’로 불린다. 그만큼 제구가 정확하다. 지난 시즌 막판 세운 선발 44이닝 연속 무실점은 그 대표적인 산물. 올 시즌 기세는 이어지는 듯했다. 2011년 겨울 다이어트 강행으로 얻은 풀타임 체력을 오프시즌 구슬땀을 흘리며 유지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2013시즌. 출발은 좋지 않다. 넥센 타선에 발목을 잡혀 패전의 멍에를 썼다.

서재응은 지난 31일 광주 넥센전에 선발 등판, 5.1이닝 동안 6안타를 맞으며 6실점(5자책)했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지만 상대의 철저한 준비에 허를 찔렸다. 1회부터 그랬다.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서재응은 사구(死球)과 거리가 먼 투수다. 지난 시즌 160이닝을 던지며 7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이날 불안한 출발은 상대의 적극적인 타격 폼 때문이 컸다. 왼손타자 서건창은 배터스박스(Batter’s Box) 안쪽에 바싹 붙어 공을 기다렸다. 반칙은 아니다. 두 발은 모두 안쪽 선을 밟고 있었다. 서건창은 “지난 시즌에도 배터스박스 안쪽에 자주 붙어 쳤다”라고 했다.


좌우 폭을 넓게 이용하는 서재응은 투구 운영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과감하게 초구로 몸 쪽을 택했지만 결국 서건창의 몸을 맞추고 말았다. 현장에서 경기를 중계한 마해영 XTM 해설위원은 “적극적인 타격 폼은 서재응 공략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서건창은 타석에 바싹 붙으며 몸쪽을 포기했다. 바깥쪽만 노렸다”며 “홈 플레이트를 넓게 보는 서재응에게 적잖은 당혹감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A선수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서재응은 자존심이 센 친구다. 초구를 몸쪽으로 던진 건 초반 기 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서재응은 사구를 내줬고 평정심마저 놓쳤다”라고 말했다. B코치는 “서재응은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왼손타자라면 충분히 몸쪽으로 바싹 붙어 스트라이크존을 좁힐 수 있다”며 “넥센 코치진은 올해 테이블세터의 출루를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이를 잘 아는 서건창의 희생정신이 돋보였다”라고 밝혔다.


'컨트롤 아티스트' 무너뜨린 넥센의 정교한 야구 서건창(사진=정재훈 기자)


서건창은 빠른 발로 서재응을 또 한 번 흔들었다. 후속 정수성 타석 볼카운트 1볼에서 바로 2루 베이스를 훔쳤다. 이어진 희생번트 땐 3루까지 안착하며 희생플라이나 폭투만으로 득점을 얻을 수 있는 찬스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이택근은 넥센 코치진의 바람대로 뜬공을 때렸다. 그 사이 서건창은 여유롭게 홈을 통과, 선취점을 올렸다.


기분 나쁜 실점에 서재응의 집중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이어진 박병호 타석에서 던진 시속 139km의 직구가 한가운데 높은 곳으로 쏠리며 홈런을 얻어맞았다. 박병호는 타격 타이밍은 다소 늦었지만 배트에 힘을 끝까지 실어 비거리 125m의 대형타구를 만들었다. 시즌 첫 안타이자 첫 홈런이었다.


박병호의 배트는 팀이 4-1로 앞선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빛났다. 서재응은 3회부터 6회 1사까지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포심 위주였던 1, 2회와 다르게 가져간 투구 패턴이 흐름을 돌려놓는데 주효했다. 서재응은 1회 포심 9개와 변화구(투심 포함) 5개를 던졌다. 2회는 직구 6개, 변화구 4개였다. 3회부터 투구 내용은 달랐다. 직구를 대폭 줄이고 변화구 위주 피칭을 했다. 3회 포심과 변화구는 각각 4개와 8개였다. 4회는 포심 6개, 변화구 7개였다. 5회도 변화구는 8개로 포심(3개)보다 많았다.


서재응은 6회에도 흐름을 이어나가는 듯했다. 공 2개만으로 선두타자 정수성을 내야 땅볼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후속 이택근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맞았고 이내 폭투를 저질러 1사 3루의 위기를 맞았다. 서재응은 박병호를 상대로 도망가는 투구를 했다. 던진 4개의 공 모두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이 가운데 2구째는 폭투이기도 했다. 서재응은 3구째부터 박병호를 거르겠단 자세를 보였다. 대신 이전 두 타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강정호와의 승부를 노렸다.


'컨트롤 아티스트' 무너뜨린 넥센의 정교한 야구 박병호(사진=정재훈 기자)


이 과정에서 KIA 배터리는 다소 안이했다. 포수 김상훈이 고의사구를 결정하고도 일어나서 포구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공을 바깥으로 빼지 않은 것. 박병호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손쉬운 출루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내 왼발을 배터스박스 안쪽에 깊숙이 넣으며 가벼운 바깥쪽 공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고의사구성 볼이나 다름없던 공은 그대로 통타당하며 중견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됐다. 사실상 승부를 가른 쐐기 적시타. 올해 넥센 타선이 얼마나 정교해졌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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