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최근 동영상 한 편이 인도 전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웹사이트 '코브라포스트'에 게시된 이것은 몰래 카메라 동영상이다. 기자가 은행으로 찾아가 돈세탁을 의뢰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신분을 속인 기자가 "정치인 집에 두기 어려운 현금"이라며 돈세탁을 부탁하자 은행들은 한결같이 "걱정할 필요 없다"며 "모두 이렇게 한다"고 흔쾌히 부탁을 들어준다. 동영상이 공개되자 인도에서 내로라하는 민영 은행들 주식은 폭락했다. 당국은 동영상의 진위 여부를 즉각 조사하기 시작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스캔들이 인도 지하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최근 지적했다.
2010년 세계은행이 151개국을 상대로 조사해본 결과 인도에서 '검은 돈'의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0%나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글로벌 평균이나 다른 신흥국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선진국의 두 배에 이른다. 인도 정부의 1985년 보고서에서도 지하경제 규모가 공식 GDP의 19.2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과소평가라는 지적이 있다. 인도의 일자리 가운데 85%가 현금으로 급여가 지급되는 지하경제에 존재한다. 지하경제의 일자리는 비정규직, 노점상, 자영업자 등이다. 지하경제의 유통 부문에서 뇌물 수수 형태로 종종 부패가 발생한다. 현금은 매출을 숨기기 쉬운만큼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쉽다.
인도의 지하경제는 198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했다. 정부의 세수 확대 정책으로 세법이 개선돼 대기업들에 부과되는 세율은 커졌다. 정부의 세수 의지가 커질수록 이를 피하려는 기업과 개인이 늘었다. 그 결과 인도에서 소득세를 연간 1000만루피(약 2000만원) 이상 내는 개인은 4만2800명에 불과하다. 소득세는 인도 전체 인구의 2.5%만 납부한다. 시장조사업체 옥서스 인베스트먼츠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실제 거둬들이는 소득세는 과세 규모의 겨우 33%다. 기업들이 뭄바이 주식시장에 상장하기를 꺼리는 것도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금이 '제2의 화폐'로 이용되는 것도 지하경제를 키우는 한 요인이다. 금이 제2의 화례로 이용되는 것은 예금 이자가 물가상승률에 못미칠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은 회계장부에 기재되지 않는다. 인도의 금 수입 규모는 GDP의 2~3%에 이른다. 지난해 금이나 주택 같은 유형재산 규모는 GDP의 14%에 이르렀다. 반면 은행예금은 2009년 12%에서 지난해 8%로 떨어졌다.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는 인도인의 탈세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인도는 모리셔스와 2중 과세 방지 협정을 맺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정부의 행정 규제를 피하고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도 피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인도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모리셔스에 자금을 보낸 뒤 지하경제로 다시 흡수다는 것이다.
지하경제는 인도의 재정난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인도 정부는 신용카드 기록을 은행과 상호 체크할 계획이다. 앞으로 수개월 동안 검은 돈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도 이어질 예정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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