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항공기,헬기,순항미사일,드론 엔진생산...SIPRI 세계 15위로 평가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프랑스 방산업체 사프랑이 재정적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프랑스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보유지분을 판 것이다.
각종 항공기엔진 전문업체인 사프랑은 지난해 매출 135억6000만 유로(미화 약 173억7000만 달러), 순익 9억9900만 유로(12억7900만 달러)를 기록한 알짜배기 회사로 주가가 상승해 소규모 지분만 팔아도 큰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27일 사프랑 지분 3.12%를 팔아 4억5200만 유로(미화 5억8100만 달러,한화 약 6438억 원)를 마련했다.매각 가격은 34.50~34.80달러로 전날 종가에 비해 2.8% 할인된 가격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분을 팔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여전히 사프랑 주식 27.0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남는다. 사프랑의 주식은 우리 사주가 15.4%,일반 투자자가 54.1%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사프랑의 주식을 판 것은 재정적자 감축에 따른 지출감소를 상쇄할 재원이 필요한 게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재정적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이를 더 줄여야한다. 프랑스통계청(INSEE)은 지난달 29일 프랑스의 2012년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8%를 기록, 목표(4.5%)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내에서는 올해 국방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재무부와 국방부가 감소폭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재무부는 GDP의 1.18%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국방부는 1.25%를 마지노선으로 내세우고 맞서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주재한 고위 관계자 회의에서 1.2%안을 제시해 두 부처가 절충점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프랑스 국방부는 올해 예산으로 주파수 매각과 부동산 매각 자금 12억 유로를 포함해 GDP의 1.56%인 314억 유로(미화 405억 달러)를 제안하고 있다. 또 자크 고티에 상원의원 등은 지난달 21일자 일간 르몽드 기고문을 통해 지출삭감을 상쇄할 자금 조달을 위해 방산업체 주식과 부동산 자산매각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싱크탱크인 국제전략관계연구소(IRIS)의 장 피에르 몰니 부소장은 방산 기업 지분 매각과 관련해 EADS보다는 탈레스(Thales)와 사프랑(Safran) 매각이 상대적으로 간단할 것이며 조선회사 DCNS와 야포 및 장갑차 회사 넥스터(Nexter)는 법 때문에 지분 매각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사프랑의 주가가 지난해 31%나 올라 상당한 매각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우는 구원투수로 등장한 사프랑은 민간 여객기와 헬리콥터,전투기와 군용 수송기 엔진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프랑스의 대표 방산업체다.
최고경영자는 장폴에르트멍(Jean Paul Herteman.63)이다.그는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항공대학인 SUPAERO를 졸업하고 1984년 Snecma에 합류해 2007년 사프랑 CEO가 됐다.
스웨덴 스톡홀름평화문제연구소(SIPRI)가 2월 발표한 ‘2011년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서 15위로 평가한 업체다. 2011년도 총매출은 163억1500만 달러,이중 무기판매는 32%인 52억4000만 달러로 추산됐다.무기판매는 전년 48억 달러에서 증가했다.
사프랑은 또 지난해 매출은 135억6000만 유로(미화 약 173억7000만 달러), 순익은 9억9900만 유로(12억79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사프랑은 6만2500명을 고용하고 연구개발에도 16억 유로를 지출했다.
사프랑의 간판 제품은 뭐니뭐니해도 엔진이다. 사프랑은 미국 최대 제조업체이자 엔진 생산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공동으로 상업용항공기와 군용기, 헬리콥터,우주선의 엔진을 생산하고 엔진수납실, 랜딩기업와 수납박스,브레이크시스템, 동력전달체계 등 항공기장비도 만든다.
항공기 엔진의 설계와 조립,판매 및 판매지원은 그룹 자회사인 Snecma가 맡고 있다. 이 회사는 1945년 설립됐으며 현재 피에르 파브르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다.
우선 군용기 엔진으로는 프랑스의 주력 전투기였던 닷소항공의 미라지 2000용 M53-P2터보팬 엔진과 역시 닷소가 생산하고 있는 라팔용 M88-2를 생산한다.전자의 추력대비 중량은 6.5대 1이며 후자는 중량은 897kg으로 M53(1515kg)으로 가볍지만 중량대비 추력이 8.5대 1로 뛰어나고 연료소비를 2~4% 줄인 게 특징이다. M53엔진은 비행시간이 150만 시간 이상됐다. M88엔진은 현재 200여대가 라팔 전투기에 장착돼 있다.
또 EADS의 자회사로 여객기를 만드는 에어버스가 만든 대형 군수송기 A400M용 TP 400-D6 터보 프롭 엔진과 러시아 수호이사가 생산하는 수호이 수퍼제트 100용 터포팬 엔진 SaM146도 생산한다.
헬기 엔진과 랜딩기어는 중저출력 가스터빈 터보샤프트 엔진 전문회사 Turbomeca가 생산한다.1938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01년 9월 Snecma에 인수됐다.
이 회사는 479~716마력을 내는 터포샤프트 엔진 아리우스(Arius)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엔진은 이탈리아 헬기 업체 아구스타웨스트랜드가 생산하는 경량 8인승 다목적 헬기 AW109의 심장으로 쓰인다.
또 유로콥터의 중급 다목적 헬기 도팽과 도팽의 군수용 팬더용 TM 333엔진을 생산하고 영국의 엔진전문업체 롤스로이스와 합작회사를 세워 RTM332를 생산하고 있다.
이 엔진은 2100 마력을 자랑하는 강력한 엔진으로 아구스타웨스트랜드 영국 회사가 생산하는 아파치 공격헬기의 심장으로 쓰이면서 최고시속 293km와 최대이륙 중량 9.25t을 떠받치는 힘을 발생시킨다.이 엔진은 또한 영국의 해군과 공군의 다목적 수송헬기 아구스타웨스트랜드 AW101 멀린의 엔진이며,프랑스와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 등 4개국 합작으로 설립한 NHI가 생산해서 독일,이탈리아,핀란드 육군과 호주군이 쓰는 다목적 헬기 NH90의 심장으로도 쓰이고 있다.
터보메카는 RBS-15 대함미사일용 엔진,에어로스파시엘의 타겟 드론,미사일 생산업체 MBDA의 사거리 140km의 공중발사 활주로 파괴 순항미사일 MBDA아파치,라팔과 미라지 2000,유로파이터 타이푼,토네이도에서 발사하는 사거리 250km 이상의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새도(프랑스명 스캘퍼 EG)용 터보제트 엔진도 생산한다.
사프랑은 이밖에 엔진실과 랜딩기어 시스템, 브레이킹 시스템도 생산한다.
방산분야에서는 자회사 SAGEM이 항공모함과 프리깃함,코르벳함,초계정 등 모든 수상함정과 잠수함의 항법시스템과 광학추적장치와 스페르웨르(Sperwer)전술 무인항공기(드론) 등도 생산하고 있다.길이 3m에 차량에서 발사하는 이 드론은 현재 프랑스와 그리스,스웨덴과 네덜란드가 실전에 배치해놓고 있다.
한마디로 사프랑이 없으면 프랑스의 자존심 라팔 전투기와 에어버스 수송기,헬기가 뜨지 못하고 항공기와 선박 등이 눈뜬 장님이 되며 장거리 미사일도 날지 못하는 셈이다.역으로 라팔과 프랑스의 각종 함정,미사일이 만들어지는 한 사프랑은 계속 돈을 벌게 돼 있는 셈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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