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까지 대주보 보증자금 1조9000억
지난해 전체의 절반...분양가 하락도 한몫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내 집 마련을 꿈꾸는 김정수(가명)씨는 서울에서 분양하는 A아파트 청약을 고민해 왔다. 분양가를 인하하는 등 혜택을 주는 건설사가 늘어 부담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 분양사무소에서 상담을 하던 그는 이 아파트와 대한주택보증(대주보)이 약정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파트를 담보로 저금리의 이율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김씨는 대주보의 보증서를 통해 은행에서 4% 초반 이율로 대출을 받았고 아파트를 손에 넣게 됐다.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주택구입에 나서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매수심리 실종과 부동산 대책 장기 공백 등의 여파로 전반적인 거래는 급감했으나 신규 분양물량이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전세금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커진 데다 주택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26일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분양계약자가 분양대금인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때 이용하는 주택구입자금보증 실행금액이 3월 현재 1조905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실적(3조8442억원)의 49.56%에 달하는 규모다.
대주보 관계자는 "이 상품을 이용하게 되면 대출금리가 인하돼 분양계약자의 금융비용이 줄어든다"면서 "주택사업자는 연대보증 부담을 해소하게 되며 금융기관은 대출자산의 건전성이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실적은 극심한 거래 침체와 미분양 주택의 증가 추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부동산시장 침체는 심각하다. 취득세 감면 법안 통과와 새 정부 부동산 대책 지연 등으로 올해 들어 부동산 거래는 실종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2만7070건으로 지난해 1월 2만8694건에 비해 5.7%가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0만8482건 보다는 75% 감소한 수치다.
올 2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도 4만7288건으로 전년 동월(5만5141건)보다 14.2% 줄면서 거래 침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전국 미분양 주택도 7만5180가구로 전월보다 345가구 증가했다.
거래침체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주보의 주택구입자금보증 실적이 증가한 것은 가격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실수요자들이 움직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거래 침체로 인해 전세가 상승 부담이 늘면서 실수요자들이 신규분양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대주보의 주택구입자금보증은 은행과 주택공급자, 분양계약자 모두 안정되게 주택을 공급 또는 구입할 수 있는 장치여서 주택 거래활성화에 도움을 준 것"이라며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지속돼야 실수요자의 주택구매 심리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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